(주)밀레-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한국 명산 16좌 원정대 - 13 금오산

 금오산 산행의 참가자들이 출발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빈운용 기자
금오산 산행의 참가자들이 출발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빈운용 기자
요 근래 사람들을 못살게 굴었던 얄궂은 황사가 사라진 후 구름 한점 없이 파랗게 펼쳐진 하늘 위에는 봄의 미소가 담겨있었다.

2월의 끝 자락, 앞으로 자라날 새 생명의 숭고한 기운들은 골짜기마다 수줍은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다만 마지막으로 심술을 부리는 매서운 늦겨울 바람만이 콧잔등과 귓볼을 날카롭게 할퀴고 지나갈 뿐이었다.

정통 아웃도어 브랜드 (주)밀레가 주최하고 대전일보사가 후원하는 `(주)밀레-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한국명산 16좌 원정대` 열세 번째 산행이 지난달 27일 경상북도 구미시 남통동에 위치한 금오산도립공원에서 진행됐다. 이번 산행은 아쉽게도 엄홍길 대장이 네팔 출장을 이유로 불참했지만 금오산의 기운을 받기 위해 모인 원정대들의 얼굴에는 다가올 봄을 맞이할 설렘으로 가득했다.

밀레 측 진행자의 간단한 사전행사 진행과 산행 안전수칙 전달 후 원정대들은 금오산 주차장부터 저수지와 해운사를 지나 할딱고개에서 인증도장을 받고 다시 해운사와 채미정을 거쳐 금오산 주차장으로 되돌아오는 5시간의 원점회귀 산행에 돌입했다. 할딱고개는 금오산의 중간지점에 불과했지만 할딱고개 위쪽부터는 등산로 곳곳에 얼음이 덮혀 있어 안전한 산행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통제를 해야 했다. 다만 아이젠을 등산화에 착용한 원정대들에 한해서만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를 개방했다.

금오산(金烏山)은 경상북도 구미시, 칠곡군 북삼면, 김천시 남면 경계에 있는 산이다. 금오산의 최고봉인 현월봉(懸月峰)은 해발 976m로 소백산맥의 지맥에 솟아 있으며 산 전체가 급경사를 이루며 좁고 긴 계곡이 굽이굽이 형성돼 예로부터 명산으로 알려졌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문헌에 따르면 금오산은 본래는 대본산(大本山)이었으며 외국의 사신들이 중국의 오악(五岳) 가운데 하나인 숭산(崇山)에 비해 손색이 없다 하여 남숭산(南崇山)이라 불렀다가 당의 대각국사에 의해 금오산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산 능선은 `왕`(王)자 같기도 하며, 가슴에 손을 얹고 누워 있는 사람의 모습과도 비슷하다. 산정에는 고려시대에 천연의 암벽을 이용해 축성한 길이 3.5㎞의 금오산성이 있다.

또 유서 깊은 문화유적이 많아 1970년 6월에 우리나라 최초의 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계곡 입구에는 금오산 저수지가 있으며 의상이 수도했다는 도선굴, 고려말의 충신 길재의 충절과 덕을 추모하기 위해 지은 채미정(採薇亭) 등이 있다. 뿐만 아니라 해운사·대각사·진봉사 등의 고찰과 보물 제490호인 `금오산마애보살입상`을 비롯해 남쪽 계곡에는 보물 제251호인 `선봉사대각국사비` 등 곳곳에 볼거리를 품은 산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산 중턱의 전망대까지 케이블카가 운행되기 때문에 케이블카 운행소까지는 길이 잘 정비돼 있어 산책코스로는 그만이라고 할 수 있다. 본격적인 산행은 케이블카 운행소를 지나면 시작된다. 금오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굽이굽이 오르막길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있지만 경사도가 급격하지는 않아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오르기만 한다면 초보 등산객이라도 무난하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무엇보다도 금오산의 매력은 중간중간 다양한 유적과 볼거리가 즐비해 자연스럽게 발길을 멈춰 휴식을 취하고 주변 경관을 둘러보게 만든다는 점이다. 오르막길을 오르다가 숨이 좀 차 오른다 싶을 때 가장 먼저 원정대를 반긴 것은 금오산성이었다. 임진왜란 때 왜적을 막기 위한 내외성(內外城)으로 이용됐다는 금오산성 위에 올라 땀을 식히고 뒤를 따라 올라오는 원정대원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금오산성을 지나 다시 오르막길을 오르다 보면 거대한 폭포를 마주치게 되는데 그 폭포의 이름이 바로 `대혜폭포`다. 높이가 28m로 수직으로 떨어지는 물은 사계절 변함이 없으며, 그 위력으로도 유명하다. 이날은 영하의 날씨 탓에 폭포는 거대한 얼음기둥으로 변신해 겨울왕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했다. 누구나 할 것 없이 원정대들은 삼삼오오 폭포를 배경으로 추억을 남겼다. 대혜폭포를 지나 나선형의 오르막을 조금 오르고 나면 이번 산행의 종착지인 할딱고개에 도달한다. 이곳에서 인증도장을 받은 원정대들은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숨을 돌린 후 정상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그러나 여기까지 온 만큼 꼭 정상에 올라야 한다는 원정대도 많았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정상을 향해 다시 오르막길로 향하는 길은 카페트처럼 깔린 빙판으로 인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신경을 발에 집중한 채 조심스럽게 한 발자국씩 위쪽으로 내디뎌 정상에 오르고 나면 과연 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하게 만드는 장관이 펼쳐졌다. 현월봉을 나타내는 표지석 뒤로 시원하게 펼쳐진 풍경은 유유히 역사를 담고 흐르는 낙동강의 모습과 함께 강 주변에 널려있는 평야와 건물들이 조화를 이뤄 세상의 근심을 잊게 만들었다. 또 거대한 기암괴석 사이에 자리를 잡은 금오산에서 제일 오래된 고찰(古刹) `약사암(藥師庵)`의 고즈넉한 풍경은 정상에 오른 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서천에서 온 김형필(47) 대원은 "경북지역의 자랑이라고 하는 금오산 정상에 올라 경치를 바라보니 세상 모든 근심걱정이 사라지는 것 같다"며 "명산의 기운을 듬뿍 받아 3월에는 좋은 일들만 가득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신웅 기자

◇다음 산행은 2015년 3월 27일 전북 고창에 위치한 선운산에서 진행됩니다. 참가 희망자는 대전·세종·충남북 지역 밀레 매장으로 신청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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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7일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와 대전일보가 공동으로 진행한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대한민국 명산 경북 구미시 금오산 산행'에서 참가자들이 구미 시내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빈운용 기자
지난달 27일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와 대전일보가 공동으로 진행한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대한민국 명산 경북 구미시 금오산 산행'에서 참가자들이 구미 시내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빈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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