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 모욕·경멸하는 태도 다른 나라 비해 현저히 많아 토론 통해 서로 견해 나누며 성숙한 대화의 장 마련해야 "

사회학자 김찬호 교수는 `모멸감`이라는 책의 머리말에서 이 시대의 `한국인의 마음 풍경은 어떤가`라고 던진 질문에 따라 우리 사회의 만연된 병폐를 열거하고 있다. 그 병폐풍조 가운데 자신의 존재감을 내세우기 위해 서슴없이 타인에 대한 모멸을 일삼는 현상을 지적하는데, 이에 대해서 김 교수는 "누군가를 모욕하고 경멸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것이다"라고 진단한다.

시골에 살고 있는 나는 매일 아침 배달되는 종이신문을 받아 볼 여건이 안 되어서, 주로 인터넷으로 신문기사를 읽고 있다. 하루의 일과 중에 틈틈이 인터넷으로 여러 신문의 사설과 칼럼 그리고 실시간 뉴스를 읽음으로써, 궁벽한 시골에서지만 세상 돌아가는 것을 접할 수 있어 다행이다. 세상에 대한 감을 잡아야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알아들을 것이 아니겠는가!

그 인터넷 신문들을 읽으면서, 앞에 말한 김 교수의 책에서 지적된 병폐현상이 나의 눈에 현실처럼 감지되곤 한다. 그런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인터넷에서의 `악플`이라는 것이다. 나는 김 교수와 같은 사회심리학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분처럼 분석과 진단을 할 수는 없지만, 범람하는 악플의 심각성을 인터넷에서 감지하지 않을 수 없다. `악플`의 반대말을 `선플`이라 한다는데, 악플 대 선플의 비율에 있어 한국은 4 대 1, 일본은 1 대 4, 네덜란드는 1 대 9라고 김 교수는 말한다. 이런 정도라면 다른 나라들에 비하여 우리 한국에서는 사람들 사이에 칭찬하는 소리보다는 비난하는 소리가 압도적으로 많이 들린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에서 대하게 되는 `악플`이라는 것들은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로 범벅 되어 오가기도 한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정치적 견해에 관한 공방에서 그렇다. 종교적인 내용의 글을 읽은 네티즌들 중에도 악플을 달아 비난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도 대개는 정치적 이유에서 그런다. 때문에 종교인이 정치현실에 관련된 말을 한마디라도 하게 되면 몸담고 있는 교회공동체 안에서 감정적인 편 가름이 일어난다. 그래서 정치권의 이슈가 된 사안에 대하여 교회 내에서 발언을 하기란 매우 위험스런 것이다. 인권에 관계되는 사안을 대하면서 어느 정치적 발단의 사례를 들어 종교인으로서 양심적 지적을 하지 않으면 아니 되는 상황일 경우에, 나의 말을 듣게 된 교회 구성원들 사이에서 예민한 반응이 일어난다. 그리고 비난의 화살이 뒤통수로 날아든다. 정치와 종교는 분리된다는 헌법 조항을 들어서 화살을 쏜다. "사제복 벗고 정치하러 교회를 떠나라"는 화살이다. 필자가 1970-80년대의 유신과 군사독재의 폭압 아래 신세 망하거나 죽는 사람들의 억울함에 대하여 교우들에게 알리는 말을 하다가 욕설 섞인 그런 화살을 수없이 맞은 과거의 씁쓸한 추억이 있다.

이런 현상을 경험하고 느끼는 것이 있다. 사람들 사이에 서로 용납하지 못하는 생각의 갈등이 정치 현실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정치가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중요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정치를 잘해야 한다. 정치란 무엇인가. 전문적 해답이나 사전적 설명을 필자는 할 줄 모른다. 하지만 국가공동체의 삶을 총체적으로 책임져 일을 하는 것을 `정치`라 말하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에 대해서 모든 국민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고무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하여 국민 각자의 정치적 견해는 존중되어 마땅하다. 그렇다면 토론을 잘 할 줄 알아야 한다. 감정에 의한 비난을 퍼붓지 말고 성숙한 비판이론을 서로 제시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자면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들을 줄 아는 여유 속에서 자신의 비판이론을 정립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발언하는 중에 자신의 단편적 주장을 찔러 넣기만 하면 토론 자리는 난장판이 되고 만다. 다른 사람의 발언을 다 듣고 나서 나의 말을 해도 늦지 않다는 자세를 견지해야 우리의 소통은 가능하다. 타인의 말을 다 들은 다음에는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간단하면서도 핵심을 짚어서 건네질 수 있다. 그런 가운데 내가 미처 다 표현하지 못한 지론의 행간에서 상대방은 공감하는 것을 지니고 토론 자리를 유쾌히 떠나게 될 것이다. 거기에 마음들이 평화의 마당을 공유할 것이다. 그렇듯이 글의 마당에서도 더 이상 악플이 번식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유쾌한 마당 되리라!

윤종관 천주교 하부내포성지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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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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