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순 국립문화재연구소햑예연구사
황경순 국립문화재연구소햑예연구사
17세기에도 테마가 있는 지도를 제작하였는데 대표적인 것이 `목장지도(牧場地圖)`이다. 궁중의 가마·마필(馬匹)·목장 등을 관장하는 관청인 사복시(司僕寺)에서 현종 4년(1663년)에 편찬하였다.

이 전에도 목장지도가 있었으나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는 동안 산질(散帙)되었고, 효종의 북벌계획으로 인해 말의 사육과 품종 개량, 번식, 수출입 등에 관한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자 허목(許穆, 1595-1682)을 중심으로 제작하였다.

총 3장으로 구성된 42면의 채색 필사본으로 한 폭, 한 면(面)마다 군명(郡名)과 이정표가 기입되어 있다. 전국의 목장 위치와 소와 말, 그리고 목자(牧子)의 통계, 목장의 면적까지 기재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첫 번째 장인 `진헌마정색도(進獻馬正色圖)`에는 한 마리의 망아지를 포함하여 21마리의 진헌마 그림이 그려져 있으며, 각기 특색 있는 털색으로 표현되어 있다. 지도 상단에는 뚝섬(纛島)·신촌(新村)·광나루(廣津)·중랑포(中浪浦) 등의 지명이 적혀 있어 목장이 도성 근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목장 안에는 화양정(華陽亭)과 말을 치료하거나 관리하는 환장(環場), 그리고 자마장(雌馬場)과 전관(箭串) 등이 각기 격리되어 있다.

두 번째 장에는 각 도에 산재한 138개의 목장 소재지 지도로 구성되어 있는데, 대부분 섬이나 바다에 돌출한 반도 등지에 위치하고 있다. 아울러 목장마다의 면적·마필수(馬匹數)·목자·감목관(監牧官) 등의 통계가 병기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후서(後序)에는 마정(馬政)이 국가의 중요한 업무이며, 섬이나 반도처럼 농작물 생산이 잘 되지 않는 곳에 목장을 만들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선조 때의 목장수와 감목관의 배치상황과 함께 전국 목장의 소장관계(消長關係)에 관한 내력이 기록되어 있어서 후서를 통해 이 지도의 편찬 과정을 상세히 살펴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목장이 설치되었으며, 국영목장의 경우 전국에 159개가 존재하였다. 그러나 임진왜란 이후 목장은 쇠퇴하기 시작하였고 효종 때의 북벌정책을 계기로 잠시 활성화되었다가 1905년 을사조약 이후 일제에 의해 대부분 폐장되기에 이르렀다.

조선시대 목장에 관한 사료는 현재까지 전해지는 것이 많지 않아 이 지도책은 더욱 귀중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2008년에 보물 1595호-1호로 지정되었으며,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