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헤드윅

"그녀는 너무 예뻤다. 그래서 더 슬펐다. 하늘에서 별은 빛났다. 나는 울었다."

헤드윅을 보고 나오는 길에 머릿속을 맴돌았던 노래 박진영의 `그녀는 예뻤다.`

헤드윅으로 분한 김다현이 꼭 그랬다. 너무 예뻐서 안쓰러웠고, 안쓰러워서 슬펐다.

역대 헤드윅 중 가장 아름다운 헤드윅이란 말을 증명하듯 김다현은 핫 팬츠에 금발 가발, 짧은 원피스를 갈아입으며 수백명의 관객들을 홀렸다.

러닝타임 2시간 10분에 덤으로 주어진 커튼콜 30분. 31일 충남대 정심화홀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그의 노래, 몸짓, 표정 하나에 웃고 울었다.

헤드윅은 동독의 소심한 소년 한셀이 삶의 반쪽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록 뮤지컬이다. 성 소수자인 헤드윅의 삶에 녹아든 김다현이 콘서트 형식으로 그 굴곡진 삶을 쏟아낼때 관객들은 연기인지, 애드리브인지 구분을 할 수 없다. 분위기가 자칫 가라앉았다 싶으면 객석으로 뛰어들어가 진한 농담을 퍼붓고, 이 마저 반응이 시원찮으면 무대에 드러눕는다. 관객의 의자 팔걸이를 짚고 올라가 탄탄한 근육질의 허벅지를 드러내고 야한 춤을 출 때는 공연장의 수은주가 올라갔다.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갈수록 관객들도 김다현과 한 호흡으로 숨을 쉬고 내쉬었다. 그가 울부짖을땐 함께 울고, 그가 손을 뻗을 땐 관객들도 함께 뻗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 장면인 헤드윅이 가발과 옷을 벗어던지고, 브래지어에서 토마토 2개를 꺼내 으깰때는 성적 소수자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관객들이 눈물로서 그를 위로했다.

이어지는 커튼콜. 김다현은 마치 록 콘서트에 온 듯 뜨겁게 돌변했다. 화려한 세션들의 연주와 이츠학역의 대전출신 배후 최우리가 흥을 돋웠다. 관객들은 기립 상태로 헤드윅에 주문에 따라 80년대 디스코춤을 추었고, 일부 관객들은 무대위에서 배우들과 춤을 추며 소통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첫 공연 때문인지 헤드윅과 이츠학의 호흡이 맞지 않아 약간의 실수가 나왔고, 연주자들의 마이크에는 종종 하울링이 발생했다. 기타, 드럼 등 라이브 연주는 훌륭했지만, 배우들의 노래가 라이브 연주에 묻혀 가사 전달이 전혀 되지 않는 등의 문제점도 노출했다. 무엇보다 배우 한 사람에게 의존하는 극의 특성인만큼 흐름이 끊기거나 늘어지기도 했다.

록이 익숙지 않고, 헤드윅을 처음 관람한 관객 입장에서는 다소 소외감을 느낄수도 있다. 하지만 3시간에 가까운 공연을 보고 나면 김다현이 왜 헤드윅의 스타로 급부상했는지, 조승우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깨달을 수 있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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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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