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지역 정치권에 끌려다니는 KTX

호남고속철도가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으로 `정치 철도`로 전락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정부와 코레일이 슬그머니 서대전역 KTX 정차 횟수를 감축하려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호남권의 무리한 요구가 힘을 발휘하는 듯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29일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이 KTX 서대전역 정차 횟수를 당초 계획보다 더 줄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사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코레일은 당초 KTX 호남선의 주중 운행 횟수 74회 중 16회, 주말 82회 중 18회를 서대전역에 경유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호남지역의 전방위 공세가 계속되자 국토부에서 계획 수정을 요구하면서 당초보다 운행 횟수가 줄 위기에 처하게 됐다. 코레일은 국토부의 운행 횟수 수정 요구에 따라 주중과 주말 운행 횟수를 각각 2회씩 줄여 주중 14회, 주말은 16편만 운영하는 수정안을 다시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코레일의 이 같은 움직임은 호남권만 의식한 것으로 엄청난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서대전역 정차 횟수가 주중 14회, 주말 16회로 줄어들면 대전·논산·계룡역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불편이 가중될 전망이다. 배차 간격이 길어져 서대전역에 정차하는 KTX 열차가 1시간에 1대꼴도 안 된다는 것이다.

대전과 계룡 논산 시민들은 연간 승객 700만 명이나 되는 서대전역 경유 열차를 불과 10여 편만 편성하겠다는 것은 국토부와 코레일이 충청권을 홀대하고 호남권의 횡포에 굴복하는 것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특히 대전권의 목소리는 깡그리 외면했던 국토부가 호남지역의 여론에만 귀를 기울이는 것도 대전시민의 반발을 사고 있다. 서대전역 KTX 정차에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았던 국토부가 광주에 차관을 보내 협조를 구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충청권의 `소외감`을 부채질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대전권에서는 정부와 코레일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점차 고조돼 가고 있다.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코레일에 대한 배신감 표출은 물론, 국토부가 호남권만 편애하고 충청권을 무시한다는 감정 섞인 비난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

문창기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서대전역 KTX 운행 횟수 감축 시도는) 코레일이 적자 해소에 무관심한 것은 물론, 기존 호남선 KTX 이용객의 이용 편의를 보장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면서 "대전에 본사를 둔 코레일이 이토록 지역을 배려하지 않을 거면 이 지역에 있을 이유가 무엇이냐"고 경고했다.

한편 국토부는 29일 "아직까지 호남고속철도 개통에 따른 KTX 운행계획을 확정한 바 없다"고 밝혔지만 지난 28일 코레일이 국토부에 기술적 실무적 차원의 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성희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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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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