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안된 곳은 서류확인·관계자 진술만 의존

대전시는 29일 각 구별로 어린이집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면담검사, 서류검사, CCTV 확인 등을 진행했다. 합동 조사관이 CCTV를 확인하는 모습.  전희진 기자
대전시는 29일 각 구별로 어린이집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면담검사, 서류검사, CCTV 확인 등을 진행했다. 합동 조사관이 CCTV를 확인하는 모습. 전희진 기자
대전시 어린이집 전수조사가 시작된 첫날인 29일 오전 10시 30분. 서구에 위치한 A어린이집은 현관 밖까지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가득했다.

13명의 교사는 총 9개 반에서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수업에 열중했다. 선생님이 카드를 손에 쥐고 그림을 내보이는 순간 아이들이 저마다 웃으며 소리를 지른다. 박장대소 하는 아이들을 따라 선생님도 웃었다. 옆 반은 색칠놀이를 하고 있었다.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종이에 색연필을 긋는 아이들의 눈망울이 초롱초롱했다. 원아들은 수업시간에는 열심히 집중했지만, 쉬는 시간에 활기차게 뛰어 놀았다.

지난 2012년 3층 건물로 준공된 A어린이집은 3살부터 7살까지 총 99명의 원아가 다니고 있다. 이날 전수조사는 경찰관계자 5명과 지자체 관계자 2명 등 총 7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CCTV분석에 앞서 원장과 면담을 실시했다. 어린이집이 준비한 보육교사 근로계약서와 교육확인서 등을 받아 든 지자체 관계자는 원장과의 면담 점검을 진행했다. 면담점검이 끝난 후 CCTV 분석이 시작됐다.

이날 조사는 다행히 별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전수조사 자체의 취약점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가 각 지자체에 발송한 `어린이집 아동학대 특별점검 매뉴얼`에 따르면, 아동 학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CCTV가 전부다. 현장점검 기준인 서류와 면담만으로는 직접적인 학대 여부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특별점검 매뉴얼의 `현장점검표`는 면담점검과 서류점검 항목이 각각 3개, CCTV 점검 관련 항목은 16개가 마련돼 있는 등 CCTV 확인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어린이집 전수조사가 `CCTV 전수조사`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CCTV가 설치되지 않은 어린이집의 조사는 서류확인, 학대 예방 교육 등 관계자 진술에 의존하는 것이 전부라는 점이다. 이 마저도 CCTV가 설치된 어린이집을 우선적으로 점검하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상황이다. 이때문에 CCTV가 설치된 어린이집들은 오히려 역차별을 주장하고 있다.

설치된 CCTV의 저장 기간이 대부분 10-14일 정도인 점도 문제다. 이날 점검을 받은 4개 어린이집의 CCTV도 점검일인 29일을 기준으로 14일 분량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사각지대에 대한 기준과 대처 매뉴얼이 없어 관련 지침과 시설에 대한 보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다양한 정책을 통한 환경 개선이 아닌 CCTV에 목숨을 거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예방이 중요한 만큼 보육교사들의 처우와 교육강화, 이들의 인권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 어린이집 교사는 높아지는 CCTV에 대한 관심 때문에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예전에는 아이들을 쉽게 안고 쓰다듬기도 했는데, 이제는 아이들이 다가오면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내가 어떻게 행동을 하든 CCTV로 인해 오해를 빚을 수 있다는 생각에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말했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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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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