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안된 곳은 서류확인·관계자 진술만 의존
13명의 교사는 총 9개 반에서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수업에 열중했다. 선생님이 카드를 손에 쥐고 그림을 내보이는 순간 아이들이 저마다 웃으며 소리를 지른다. 박장대소 하는 아이들을 따라 선생님도 웃었다. 옆 반은 색칠놀이를 하고 있었다.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종이에 색연필을 긋는 아이들의 눈망울이 초롱초롱했다. 원아들은 수업시간에는 열심히 집중했지만, 쉬는 시간에 활기차게 뛰어 놀았다.
지난 2012년 3층 건물로 준공된 A어린이집은 3살부터 7살까지 총 99명의 원아가 다니고 있다. 이날 전수조사는 경찰관계자 5명과 지자체 관계자 2명 등 총 7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CCTV분석에 앞서 원장과 면담을 실시했다. 어린이집이 준비한 보육교사 근로계약서와 교육확인서 등을 받아 든 지자체 관계자는 원장과의 면담 점검을 진행했다. 면담점검이 끝난 후 CCTV 분석이 시작됐다.
이날 조사는 다행히 별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전수조사 자체의 취약점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가 각 지자체에 발송한 `어린이집 아동학대 특별점검 매뉴얼`에 따르면, 아동 학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CCTV가 전부다. 현장점검 기준인 서류와 면담만으로는 직접적인 학대 여부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특별점검 매뉴얼의 `현장점검표`는 면담점검과 서류점검 항목이 각각 3개, CCTV 점검 관련 항목은 16개가 마련돼 있는 등 CCTV 확인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어린이집 전수조사가 `CCTV 전수조사`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CCTV가 설치되지 않은 어린이집의 조사는 서류확인, 학대 예방 교육 등 관계자 진술에 의존하는 것이 전부라는 점이다. 이 마저도 CCTV가 설치된 어린이집을 우선적으로 점검하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상황이다. 이때문에 CCTV가 설치된 어린이집들은 오히려 역차별을 주장하고 있다.
설치된 CCTV의 저장 기간이 대부분 10-14일 정도인 점도 문제다. 이날 점검을 받은 4개 어린이집의 CCTV도 점검일인 29일을 기준으로 14일 분량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사각지대에 대한 기준과 대처 매뉴얼이 없어 관련 지침과 시설에 대한 보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다양한 정책을 통한 환경 개선이 아닌 CCTV에 목숨을 거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예방이 중요한 만큼 보육교사들의 처우와 교육강화, 이들의 인권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 어린이집 교사는 높아지는 CCTV에 대한 관심 때문에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예전에는 아이들을 쉽게 안고 쓰다듬기도 했는데, 이제는 아이들이 다가오면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내가 어떻게 행동을 하든 CCTV로 인해 오해를 빚을 수 있다는 생각에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말했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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