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신작 돈 할·크리스 윌리엄스 감독 빅 히어로

지난해 `겨울왕국`으로 대박흥행에 성공했던 디즈니가 야심차게 내놓은 차기작 `빅 히어로`가 예상대로 극장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빅 히어로는 지난 28일 하루 동안 7만 6273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개봉 8일만에 누적 관객 수 100만 명을 넘어섰다.

`국제시장`과 `강남 1970`은 물론 `내 심장을 쏴라`, `허삼관`, `존 윅` 등 쟁쟁한 경쟁작들 사이에서 애니메이션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 `겨울왕국`에 이어 2년 연속 겨울 극장가를 사로잡고 있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영화는 천재 로봇공학도인 형 `테디`가 만든 치료용 로봇 `베이맥스`와 천재소년인 동생 `히로`의 우정과 모험을 담고있는 슈퍼히어로 영화다.

사실 스토리 자체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영화다. 사랑하는 형제의 갑작스런 죽음에 의문을 품은 동생이 동료들을 모아 힘을 기르고 함께 악당을 무찌르는 흔하디 흔한 이야기다. 뻔한 스토리에 힘을 더해 주는 것은 `베이맥스`라는 독특한 로봇이다. 디즈니와 마블 스튜디오가 함께 만들어낸 캐릭터 `베이맥스`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슈퍼히어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치료용으로 개발된 `베이맥스`는 환자를 스캔해 순식간에 진단과 처방을 내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따위는 전혀 포함되지 않은 그야말로 사람들을 위한 로봇이다. 겉모습 역시 우리가 떠올리는 전형적인 로봇과는 다르다. 마블의 원작에서는 딱딱한 금속 로봇이었지만 영화에서는 마시멜로우처럼 푹신한 재질에 눈사람처럼 동그란 체형을 가진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한다. 여기에 펭귄처럼 뒤뚱거리는 모습과 엉뚱한 행동까지 더해지며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가장 사랑스러운 슈퍼히어로가 탄생했다.

하지만 슈퍼히어로물의 매력인 스펙터클한 화면까지 잊은 것은 아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실제 지형을 기반으로 애니메이터 100여명이 투입돼 그려낸 가상도시 샌프란소쿄(샌프란시스코+도쿄)에서 펼쳐지는 차량 추격신과 히로와 베이맥스의 비행 시퀀스는 실사 영화 이상의 즐거움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특히 `슈퍼히어로`로 업그레이드된 베이맥스가 히로와 함께 자유자재로 도시의 하늘을 날아다니는 장면은 아이언맨이나 드래곤 길들이기에서 선보인 비행신 이상의 쾌감을 준다. `마성의 캐릭터`와 화려한 볼거리를 앞세운 영화는 베이맥스와 히로의 우정, 테디와 히로의 형제애를 통해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유의 따뜻한 감성까지 더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갑자기 히로의 곁을 떠난 형의 자리를 대신해 베이맥스가 단순한 로봇을 뛰어넘어 가족이자 보호자로 특별한 우정을 쌓아 가는 과정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아이들은 물론 일상에 지친 어른들도 이 영화를 보며 감동과 재미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이유다. 물론 일부에서는 여전히 `빅 히어로`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 바로 `왜색 논란` 때문이다. 국내 개봉 전부터 원작 만화에 전범기가 등장한다는 논란이 일었고, 영화의 무대인 샌프란소쿄 역시 미국과 일본의 특징을 함께 담고 있는 만큼 일본식 건축물에다 일본의 고양이 인형 마네키네코가 심심치않게 등장한다.

여기에 히로, 와사비, 타다시 등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일본식이라는 점에서 왜색 논란이 제기됐다. 하지만 실제로 영화를 감상하다 보면 일본 문화의 영향을 받은 요소들이 자주 등장하지만 크게 눈에 거슬리지는 않았다. 국내 개봉을 앞두고 주인공의 이름을 히로 하마다에서 히로 아르마다로 , 히로의 형은 타다시 하마다에서 테디 아르마다로 변경하는 등 왜색논란에 대한 디즈니의 발빠른 대처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 배우 다니엘 헤니가 형 테디의 목소리를 맡았고, 극중 히로의 동료로 등장하는 한국인 캐릭터 고고 역시 한국계 배우 제이미 정이 연기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친근함까지 느껴진다. 겨울왕국과는 조금 다르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한 이야기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디즈니의 야심작 `빅 히어로`. 이번 주말 온 가족이 함께 극장에서 힐링의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 오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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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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