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은 아는 멋집 ①대전 죽동 HEE's Mill (희스밀)

피는 입으로 풍미를 느끼고 그 향기로 맛을 결정한다. 하지만 커피를 마시러 들어가는 카페는 눈으로 보고 결정된다. 외관 인테리어에서부터 카페 내에 놓인 작은 소품들까지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의 눈이 즐거워야 마시는 커피도 맛있는 법.

지난달 말 대전 유성구 죽동에 문을 연 카페 `HEE`s Mill(희스밀)`은 커피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어림잡아 수 백개도 넘어보이는 커피밀(커피콩 분쇄기)을 아기자기하면서 앤틱한 느낌을 살려 진열해 놓고 내부 인테리어도 유럽 분위기를 살렸다. 커피밀이라는 게 구운 커피콩을 갈아 커피 가루로 만드는 데 필요한 기구지만 희스밀에서 보면 충분히 멋진 인테리어 소품이 되기도 한다. 희스밀은 외관부터 유럽풍 건물양식을 담고 있다. 내부로 들어가면 카페 내부를 가득 채운 소품들에 시선을 사로잡힌다. 특히 벽면을 가득채운 커피밀이 눈에 들어온다.

수천개의 소품이 진열돼 있지만 어색하거나 복잡해 보이지 않는다. 정갈하면서 아기자기한 맛을 제대로 살렸다. 이 모든 인테리어는 희스밀을 운영하는 윤희지(26)씨와 희린(22)씨 자매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인테리어를 전공하지 않았지만 커피에 대한 열정과 여성 특유의 미적 감각을 살려 인테리어를 직접 했다는 것.

희지씨는 "어머니 아버지께서 지난 20여년간 커피밀을 비롯해 다양한 커피제품을 수집했다"며 "집안을 가득채운 커피제품을 보면서 언젠가는 카페를 열어 전시도하고 커피도 만들어 판매해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처음에는 인테리어 업체에 의뢰도 해 봤지만 너무 많은 소품으로 인해 다들 난색을 표했다"며 "결국 우리가 직접 꾸며 보자는 생각으로 집안에 있던 소품들을 꺼내 하나씩 차분히 어떻게 진열할 지 고려해 인테리어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희스밀을 윤씨 가족의 숙명과도 같았다. 카페를 오픈하는 것만 10년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건물을 짓는 초기부터 모든 초점을 카페에 맞췄다. 외관을 유럽의 앤틱한 느낌을 살릴 수 있도록 디자인 한 것도 카페를 운영하기 위해서 였다.

카페 내관도 붉은 벽돌과 따뜻한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상젤리제를 설치해 유럽의 가정집 같은 느낌을 줬다.

희스밀에서 가장 자랑하는 소품은 카운터 뒤로 진열돼 있는 벽걸이형 커피밀이다. 40여개의 벽걸이형 커피밀을 하얀 벽 위에 사선으로 붙여 진열해 놓아 시각의 안정감을 준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서로 각기 다른 디자인의 커피밀의 정교함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카운터를 바라보는 방향을 기준으로 조금 더 시선을 올리면 선반 위에 또 다른 커피밀들이 진열돼 있다. 이 선반은 카페 내부를 4개면에 모두 설치돼 있고 각 선반마다 각기 다른 디자인의 커피밀이 위치하고 있다. 카페 내부에 소품들을 진열해 놓은 선반, 찻장도 모두 두 자매 부모님의 수집품이다. 또 10개 남짓의 테이블도 대부분 집안에서 사용하던 제품을 꺼내 온 것이라는 게 두 자매의 설명이다.

희린씨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수집해 놓은 물건만으로도 충분히 인테리어가 가능했다"며 "다만 테이블 중 몇 개는 젊은 취향을 고려해 배치했다"고 말했다.

희스밀의 또 하나의 시각적 포인트는 목재와 금속재의 조화다.

1910년대부터 최근에 생간된 제품까지 다양한 커피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보니 목재로 만든 제품과 금속으로 만든 제품이 공존하고 있다.

커피밀 자체가 기본적으로 금속 분쇄기와 목재 받침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느낌도 조화롭게 느껴진다. 목재 특유의 따뜻한 느낌과 금속재 특유의 세련됨이 제법 잘 어우러져 있다. 특히 카페를 가로 질러 진열돼 있는 금속으로 만든 대형 커피밀들은 카페 전체의 안정감을 더한다. 또 그 사이사이에 놓인 찻장과 찻잔, 그릇 등도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

희진씨는 "부모님 생각은 20여년간 모은 커피제품들을 한 데 모아 박물관 같은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진열이 아닌 소품 하나하나에 사연을 담아 오시는 손님들과 즐겁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카페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희스밀이 단순히 인테리어만 예쁜 카페라고 생각하면 큰 오해다.

희스밀을 운영하는 두 자매는 3년 이상 제과재빵기술과 커피기술을 익혀 음식의 맛 또한 일품이다. 특히 희스밀의 주력상품이라는 컵 티라미수 케익과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은 오후의 여유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나른한 오후 유럽느낌을 물씬 살려 커피한잔의 여유를 즐기기고 싶다면 희스밀을 추천한다. 이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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