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1주일 동안이나 단식을 하자 녀석이 수척해졌다. 기운이 떨어져 누워 있기만 했다.

그래서는 안 된다. 그대로 두면 녀석이 위험했다. 동물원에서는 녀석의 식욕을 돋우기 위해 살아 있는 닭과 토끼들을 우리 안에 던져 주었다. 닭과 토끼들이 한 우리 안에서 뛰어다니는데도 녀석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동물원 직원은 서울시 위생관에서 잡아온 떠돌이 개 한 마리를 얻어와 우리 안으로 밀어넣었다. 어차피 독살이 될 개였다.

그 개는 꽤 큰 잡종개였는데 처음에는 겁에 질려 우리 한구석에 엎드려 범의 눈치를 보고 있었는데 그래도 범이 아무 짓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차츰 대담해졌다. 그런 상태가 3~4일이 되자 개는 자신이 먼저 범에게 다가서 수작을 부렸다. 함께 놀자는 동작이었다.

범은 그걸 귀찮아했다. 범이 상대를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니까 개는 점점 더 대담해져 누워 있는 범의 몸 위에 올라가기도 했다.

그러자 귀찮아진 범이 개의 허벅지를 물고 던져 버렸다. 범은 개를 그렇게 몇 번이나 던져 버렸지만 개는 죽지 않았다. 개를 죽일 생각이 없던 범은 개에게 치명상을 주지 않았다.

개는 그래도 범에게 덤벼들었다. 드디어 범이 분노하여 개의 목덜미를 덥석 물었다. 범이 한입으로 개의 목덜미를 물고 흔들자 피가 쏟아져 나와 개는 순식간에 죽었다. 범은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 개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 버렸으나 그 고기를 먹지는 않았다.

동물원 원장은 그게 너무 잔인한 것 같아 그 후에는 살아 있는 먹이를 범에게 던져주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 후에 괴물 범은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한번 먹기 시작하자 아무것이나 마구 먹었다.

그러나 녀석은 운동은 하지 않았다. 먹기만 하고 드러누워 일어나지 않았다. 녀석은 결국 비만증에 걸리고 심장병에 걸렸다.

창경원의 괴물 범은 그렇게 병에 걸려 누워 있다가 2년 후에 죽었다.

오창영 원장도 실의에 빠져 우울해졌으나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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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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