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충청 700만 승객 무시… '호남전용' 착각 ②호남선 최대역 서대전역 감축… 코레일 만성적자 외면 ③호남고속철 기존보다 20편 증편 불구 대전권만 차별 ④계룡·논산 군사 요충지역 안보 비상대처 중요성 망각

KTX 호남선 서대전역 정차를 둘러싼 충청과 호남 간 갈등이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다. 대전권에서 기존 승객의 편의,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서대전역 정차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반면, 호남에선 수도권을 빨리 가기 위해 서대전역 정차를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호남권의 일방적 주장은 곳곳에서 허점과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호남고속철도가 호남권 전용노선인가=KTX 서대전역 정차를 둘러싼 호남권의 주장은 극단적인 지역이기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호남선 철도 개통 후 100년간 이를 이용했던 대전·충청 지역민의 편의를 깡그리 무시하고 있는 것.

호남선에서 가장 큰 도시는 대전이다. 지난 2013년도 기준 서대전·계룡·논산 3개 역 이용객이 연간 7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 같은 숫자는 같은 기간 광주역 이용객인 180만 명, 전주역 이용객인 190만 명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호남의 주장은 향후 대전과 광주를 오가는 고속철도 노선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어불성설`이라는 평가다.

◇대전권 700만 승객 외면해도 되나= 현재 호남에선 대전 사람은 대전역만 이용해도 충분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는 대전 사람은 호남으로 가지 말라는 얘기와 같다. 대전역이 수도권과 영남을 잇는 분기점이라면, 서대전역은 수도권과 호남을 잇는 `고리`이기 때문이다.

호남의 주장은 만성적자로 허덕이는 코레일의 사정도 무시하는 처사다. 부채가 17조 원이 넘고 최연혜 사장 취임 이후 흑자경영으로 돌아서기 위해 몸부림치는 상황이다. 대전권과 호남권을 오가는 연간 170만 명의 이용을 막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서대전역 정차 대수 82대0은 비상식적=코레일이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호남고속철도 종합운영계획`에 따르면 호남고속철도 개통과 함께 기존 62대의 KTX를 20회 더 증편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 과정에서 코레일은 서대전역 경유 횟수를 18회로 적시, 사실상 서대전역 정차가 지금보다 대폭 감소하도록 했다. 이럴 경우 서대전권 KTX 운행 횟수가 60회에서 18회로 줄고 운행 간격이 현재 31분에서 107분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난다. 반대로 오송-남공주-익산으로 이어지는 노선은 64회로 운행 간격이 44분에서 34분으로 짧아지며, 이동시간도 광주 송정에서 용산까지 현재 2시간 48분에서 1시간 33분으로 단축돼 교통편의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이런 상황에서 호남이 서대전역 전면 배제를 주장하는 것은 타 지역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조차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들린다.

◇대전-호남 접근 차단 옳은 일인가= 대전시민 중 3분의 1은 호남 사람이다. 호남에서 나고 자라 대전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사람이 대전시민 3명 중 1명꼴로 있다는 얘기다. 현재 호남의 주장은 호남 출향민의 편의조차 빼앗아 가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KTX 서대전역 정차 전면 배제 주장은 국가안보와 기회비용이라는 측면에서도 적잖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기존 호남선 KTX의 경우 계룡시의 3군 본부와 서울을 신속히 오갈 수 있어 안보태세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KTX의 대전권 정차가 중단될 경우 국가안보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대전권에 과학연구단지, 과학벨트, 논산훈련소 등이 집적화돼 있다는 점에서 호남 주민의 큰 불편도 예상된다. 성희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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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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