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8대 철새이동경로 선정속

<속보>=멸종 위기에 처한 철새 20여 종의 중간 기착지인 `유부도`가 세계관광기구(World Tourism Organization)의 지원을 받아 생태계 기초조사 등이 진행되는 사실이 취재 결과 뒤늦게 확인됐다. 유부도 생태계의 중요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충남도와 정부의 관심이 요구된다.<본보 27일자 6면 보도>

28일 충남발전연구원과 동아시아대양주철새이동경로파트너십사무국(이하 EAAFP)에 따르면 UN 산하 WTO는 지난해 3월 `세계 철새 이동경로상의 생태관광 개발 프로젝트`(project for the development of biodiversity-based)의 일환으로 전 세계 철새 이동경로상 중요 서식지 8곳을 선정했다. WTO 지원 금액은 독일 환경부에서 출자한 것으로,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약 150억 원 규모다.

WTO가 선정한 8곳은 유부도가 위치한 서천 금강하구 간석지를 포함해 독일 바덴(Wadden)해, 이집트 라스 모하메드(Ras Mohamed)국립공원, 세네갈 주드(Djoudj) 국립조류보호지, 탄자니아 나트론 호수(Lake Natron), 카자흐스탄 코르칼진(Korgalzhyn), 인도 칠리카 호수(Chilika Lake), 중국 충밍동탄자연보호구역(Chongming Dongtan Nature Reserve)이다.

선정 기준은 철새 이동경로상 중요 서식지이며 중요 종이 서식하는지, 경제적(개발) 압력의 여부, 지속가능한 관광의 잠재력이 있는지, 그리고 종 다양성이 풍부한 지역인지 등 4가지다.

황해권인 충남 서천과 중국 충밍동탄자연보호구역이 프로젝트에 선정된 주요 이유는 이 지역의 개발 압력이 높은 점이 상당부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EAAFP 관계자는 "중국은 동부를 중심으로 각종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한국도 영종도, 새만금 등 주요 철새 서식지가 간척사업으로 인해 없어지고 있다"며 "150억 원으로 일단 유부도 일대의 생태환경 조사를 마친 뒤 생태관광과 지역 활성화, 보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짜여질 것이다. 이후 추가적으로 지원금액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유부도 보전의 필요성을 국제사회에서는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지만 정부와 충남도가 등한시한다는 점이다. 환경부는 유부도가 대부분 사유지라는 이유로 기초지자체인 서천군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고, 충남도 관계자는 "서천이 지난해 3월 WTO 프로젝트에 선정돼 1억 5000만 원 정도를 지원받아 기초조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지원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EAAFP 관계자는 "WTO가 전 세계 8곳의 철새 중간기착지를 선정한 이유는 WTO의 지원을 기폭제 삼아 각국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을 촉구하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WTO 관계자들이 지난해 5월 사업 추진을 위해 한국을 찾았을 때 서천군이 적극적으로 응대한 것과 달리, 정부 관계자들의 경직된 모습은 아쉬웠다"고 말했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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