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원展 내달 5-25일 대전모리스 갤러리

 이홍원作  '숨바꼭질'
이홍원作 '숨바꼭질'
풍자는 직접적으로 비판하기 어려울 때 에둘러 표현할 수 있는 보편적인 정서의 대리언어다. 동시에 한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모순과 불합리성을 조롱하며 꼬집는 `합리적인 분노`이며 지식인들의 역할이 실종된 사회에 의문을 제기하는 `생각의 기술`이기도 하다. 풍자를 주된 표현법으로 사용하는 작가들은 권위주의가 팽배할수록, 정치적인 억압이 강해질수록 그들이 지닌 날카로움과 비판정신은 더욱 빛을 발한다.

정치적 격변기였던 1980년대 이후 폭력적인 사회 현실을 직시한 발언으로 미술의 기능을 회복하고자 했던 작가 이홍원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우리 시대 민감한 사회적, 정치적 단면들을 진솔하게 담아내는 이야기꾼 이홍원이 내달 5일부터 25일까지 대전 모리스 갤러리에서 전시를 연다. 이번 모리스 갤러리 초대전에 출품되는 작품들은 이홍원의 특징이 잘 나타나는 드로잉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특히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익살과 해학으로 묘사된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이번 작품의 주 무대는 정겨움이 뭍어나는 어느 시골 마을이다. 작품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어릴적 누군 한번쯤 경험해봄직한 `말뚝박기` `숨바꼭질`을 하며 즐거워한다.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조차 그들에게는 신나는 놀이의 일부분으로 묘사된다. 그의 작품속엔 소와 호랑이가 아이들의 친구가 되고, 새들과도 정답게 이야기를 나눈다.

80년대 어둡고 암울한 시대적 상황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정면 돌파하던 작품 스타일에서, 생기 넘치고 은유적인 표현으로 바뀐 것이다.

작품의 주제 또한 자연과 동물 같은 순수함을 상징하는 주제로 무게 중심이 이동됐다. 이런 현상은 사회적, 정치적으로 안정을 찾아가는 시대적 상황과 함께 고향이 주는 편안함, 마동 창작 마을의 자연으로부터 받는 맑은 기운, 연륜이 가져다 주는 내공이 원인으로 보여진다.

이 작가는 "모든것이 기계화되고, 현대화되면서 인간성을 잃어가는 현대인들에게 어린시절 맨몸으로 뛰놀던 그 시절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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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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