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장 '새만금 방조제'서 바다 달리는 기분 만끽 해풍이 만든 적벽강·변산이 품은 내소사도 즐길거리

내소사 대웅보전. 김대욱 기자
내소사 대웅보전. 김대욱 기자
◇넓게 펼쳐진 바다와 소박한 오솔길이 한데 어우러졌다. 바다를 달리고 싶다면 한 가운데 뻗어난 도로로 발을 옮기고 진한 숲향이 맡고 싶다면 산 아래 돌아나 있는 오솔길을 걸으면 된다. 전북 부안군, 변산반도 국립공원이 자리잡은 곳이다. 변산면을 중심으로 겉으로는 망망대해를, 안으로는 고즈넉한 산사(山寺)를 품었다. 천혜의 자연경관이 바다와 맞닿아 있어 산과 바다를 한 번에 만날 수 있다. 괴암(怪巖) 아래 몰아치는 시원한 파도는 머리를 식히고 웅장한 나무 숲속 작은 절간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 바다 위를 달리다, 세계 최장거리 `새만금 방조제`=새만금 방조제는 초등학생 시절, 사회책에서만 보고 들었던 곳이었다. 둑을 세워 바닷물을 막고 그 안에 흙을 채워 땅으로 만들겠다니, 가당키나 한 얘긴가.

새만금방조제는 서해의 거친 파도를 굳건히 막아내고 있었다. 자동차로 방조제 위로 뻗어난 도로를 달리다 보면 바다 한가운데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왼쪽, 오른쪽 모두 바다다. 세계에서 가장 긴 33.9㎞의 직선 방조제는 전북 부안군-군산시를 잇고 있다. 1991년 착공에 들어가 2010년에 민간에 개방됐다. 땅을 메우기 전 바닷물을 막는데만 15년이 걸렸다. 국토가 확장되는 만큼 대단한 공사였던 것이 분명하다.

방조제를 세웠다면 메워진 땅의 크기는 얼마만큼일까. 방조제 안쪽으로는 4만100㏊의 용지가 생겨난다. 여의도의 140배에 이르는 면적이다. 방조제 위의 도로로 들어서 바다 위를 달려보자. 군데군데 쉼터, 전망대도 있어 푸른 수평선이나 낙조를 보고 싶다면 얼마든지 차를 세우고 구경해도 좋다. 드라이브 코스 뿐만 아니라 운이 좋다면 새만금방조제 시작점 인근에서 갯벌체험도 할 수 있다.

◇마실길에서 만나는 `채석강`, `적벽강`=새만금 방조제를 뒤로 하고 해안도로를 따라 나섰다. 변산은 크게 해안쪽의 외변산, 산 안쪽의 내변산으로 나뉜다. 외변산은 말 그대로 변산을 둘러싼 해안가를 구경하기에 좋고 내변산은 산 안쪽의 숲속을 보기에 좋다. 도보로 여행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마실길`을 추천한다. 해안·내륙코스가 각각 66㎞, 97㎞로 구성돼 있어 자연경관을 보다 천천히 둘러볼 수 있다.

변산해수욕장을 지나 고사포해수욕장 방향으로 방향을 틀면 본격적인 변산 해변도로에 진입한다. 굽이굽이 도는 도로에서 만나는 서해의 모습은 또 다른 선물을 선사한다. 바다를 구경하면서 10여분 정도 도로를 달리면 적벽강(赤壁江)에 도착한다. 적벽강은 역암과 황토가 뒤범벅이 된 채로 퇴적·산화된 절벽이다. 이름 만큼이나 붉은색 암반으로 이뤄진 절벽은 해풍과 파도 앞에서 웅장한 모습을 자아낸다.

격포해수욕장 방향으로 2㎞만 더 가면 적병강의 형제격인 채석강(採石江)을 만날 수 있다. 채석강은 부안을 대표하는 절벽으로 당나라 이태백이 놀았다는 중국의 채석강과 비슷해 이름이 지어졌다. 바다를 향해 우뚝 서 있는 경관도 절경이지만 이 곳은 지질과학 교육의 산지이기도 하다. 촘촘히 쌓여 있는 지층은 억겁(億劫)의 시간을 간직하고 있다.

◇변산의 품속, 전나무 숲길을 간직한 `내소사(來蘇寺)`=변산해변도로를 타다보면 해안가에 접해 있는 어촌마을, 해수욕장, 항구 등을 만날 수 있다. 격포항을 시작으로 상록해수욕장, 모항해수욕장 등 서정적인 풍경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초저녁에 도로를 지날 경우 수평선 위로 펼쳐진 석양도 장관을 연출한다. 시원한 바다로 머리를 식혔으니 이제는 마음을 다스릴 때다. 변산이 품고 있는 내소사로 향하자.

내소사는 백제 무왕때 세워진 절이다. 대소래사는 불에 타 없어지고 소소래사였던 지금의 내소사만 남았다. 내소사는 변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관음봉 아래 자리잡고 있다. 내소사 주위로 뻗은 산줄기가 둥그렇게 둘러싸 마치 아이를 품듯 가운데 절이 자리하고 있다. 내소사 입구인 일주문을 지나면 하늘 위로 쭉쭉 솟아오른 전나무 숲길이 펼쳐진다.

숲의 향을 가득담은 맑은 공기가 머릿속을 한 바퀴 돌았을 때 쯤 눈 앞에 대웅보전이 서있다. 보물 제 219호인 대웅보전은 빼어난 단청솜씨와 보살화를 연꽃문양으로 조각한 문격자의 아름다움이 일품이다. 나무결에 따라 새겨낸 문양은 내소사 뒤편의 관음봉처럼 자연의 순리가 묻어나 있다. 특히 자연과의 조화는 승려들의 정진·생활 장소인 설선당(設禪堂)과 요사(寮舍)에서 돋보인다. 내소사 뒤편으로 솟아 있는 변산의 봉우리 높이에 따라 설선당과 요사의 처마 높이가 건축됐기 때문. 설선당의 처마는 관음봉에, 요사의 처마는 세봉에 맞춰 풍경의 흐름에 따라 건물을 지었다. 자연을 경외하는 선조들의 세심한 가르침을 엿볼 수 있다.

최기철 부안군 문화관광해설사는 "전북 부안은 바다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새만금방조제부터 채석강, 내소사, 직소폭포 등 산과 바다를 동시에 여행할 수 있는 서해 유일의 여행지"라며 "여행지간 이동 거리도 짧아 당일로 여행을 오더라도 충분히 풍족한 여행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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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석강. 김대욱 기자
채석강. 김대욱 기자
새만금방조제 인근 갯벌.  김대욱 기자
새만금방조제 인근 갯벌.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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