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식지 훼손 심각… 월동 조류수 계속 줄어

<속보>=넓적부리도요, 청다리도요사촌 등 세계적 멸종 위기종이 매년 찾아드는 서천군 `유부도`가 정부와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외면 속에 방치되고 있다. 서천군이 자체적으로 유부도 보전을 위해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8% 대의 재정자립도가 발목을 잡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유부도 생태계 보전은 기초지자체의 역할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본보 26일자 7면 보도>

26일 충남발전연구원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유부도는 넓적부리도요, 청다리도요사촌, 검은머리물떼새, 붉은어깨도요 등 세계적 멸종 위기종의 중간 기착지다. 정부가 새만금 간척사업을 진행하기 전에는 새만금에서 겨울을 보냈으나 간척사업으로 쉴 곳을 잃자, 유부도를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다.

문제는 서해안 일대의 간척개발로 인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남은 철새 중간 기착지인 유부도마저 정부와 지자체의 외면 속에 제대로 관리가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철새들의 서식처에는 바다에서 밀려온 쓰레기가 가득했고, 김 양식장 보호를 위해 설치된 폭음기가 철새들의 휴식을 방해했다. 또 입소문을 듣고 유부도를 찾은 사진작가들이 철새를 촬영하기 위해 철새의 서식지를 거리낌없이 드나들고, 최근 철새들의 주요 서식지인 갯벌이 모래 갯벌에서 펄 갯벌로 바뀌면서 모래갯벌에 사는 조개를 먹고 사는 붉은어깨도요의 개체수도 급감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유부도 월동 조류수는 약 1만 4032마리였으나, 2007년부터 2011년까지는 연평균 9132마리로 4900여 마리가 감소했다.

서천군은 유부도 일대를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열악한 재정자립도로 인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철새들에게 쉼터를 마련해주고자 폐염전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했지만 대부분 사유지여서 군 재정으로는 어림도 없다. 이에 서천군은 유부도 일대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중이다.

서천군 관계자는 "군의 재정자립도로는 세계자연유산등재 절차를 추진하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다. 유부도가 국제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정부 각 부처의 공조를 통한 보전방안 제시가 절실하다"며 "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를 실시하는 것은 관광지 개발에 앞서 보존에 필요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유산으로 등재되면 5년 이내 국가가 이 지역을 매입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초지자체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충남도와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환경부는 서천군의 역할만 강조하고 있고, 충남도는 유부도의 생태학적 가치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서천군이 주가 되어서 유부도를 보호해야 한다. 유부도가 대부분 사유지이다 보니 이권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지자체가 관리해야 한다"며 "개인 땅에 대해서 철새보호 등을 강제할 수 없고 마찬가지로 국고 보조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충남도 관계자는 "도는 국비를 받아서 일선 시·군에 전달하는 역할밖에 없다. 서천군이 주도적으로 해줘야 한다"며 "조류가 김 양식장에 피해를 주는 등 철새보호와 주민의 생업 사이에서 애로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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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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