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음기·만조 등에 시달려…쉼터 마련 절실

검은머리물떼새가 폭음기 소리에 놀라 급히 비행을 하고 있다.  사진=김달호 기자
검은머리물떼새가 폭음기 소리에 놀라 급히 비행을 하고 있다. 사진=김달호 기자
많은 사람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내에 유일하게 남은 철새의 중간 기착지 `유부도`를 찾은 것은 지난 21일.

이 맘 때가 되면 검은머리물떼새, 마도요, 검은머리갈매기 등이 유부도를 찾아 쉬었다 간다. 과거에는 영종도, 새만금, 아산만 등 철새들이 쉬었다 갈 곳이 많았지만 각종 개발과 함께 사라져 유부도가 국내에서 거의 유일한 철새의 쉼터다.

유부도로 향하는 길은 험했다. 섬은 서천군에 소속돼 있지만 군산항에서 배를 타고 가는 편이 훨씬 빨랐다. 군산국가산업단지 내에 난 길을 따라 항구로 갔다. 큰 굴뚝, 끊임없는 비행기 소리, 쉴 새 없이 드나드는 대형트럭들을 보며 "과연 소리와 환경에 민감한 철새들의 쉼터가 근처에 있기는 할까"라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항구에서 철새를 연구하는 충남발전연구원의 정옥식 박사팀과 합류해 유부도로 향했다. 유부도는 군산항에서 5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였다. 섬에 도착한 후 경운기로 옮겨 타고 철새들이 쉬고 있는 장소로 출발했다.

철새를 보러 가는 길의 해변은 파도에 떠밀려 온 각종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쓰레기가 널려 있는 해변을 지나 마침내 철새들이 쉬고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몸을 숙이고 해변의 야트막한 언덕으로 접근했다. 고개를 숙여 보이지는 않았지만 철새의 울음소리가섬을 가득 채웠다. 언덕너머로 살짝 고개를 내미니 거짓말처럼 수 천 마리의 철새떼가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도착하자 마자 정 박사는 다른 날 보다 늦게 도착했다며 망원경을 설치하고, 섬을 찾은 철새의 종류와 개체수를 세기 시작했다.

눈에 가장 많이 띄는 것은 천연기념물 제326호이자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으로 지정된 검은머리물떼새였다. 약 3000여 마리가 눈 앞을 수놨다. 이외에도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인 검은머리갈매기와 마도요, 재갈매기, 민물도요 등이 한가롭게 먹이활동을 하고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넋을 잃고 있다가 정신이 번쩍 든 것은 `쾅쾅`하고 터지는 폭음기 소리 때문이었다. 정 박사는 "섬을 찾은 혹부리 오리가 인근 김 양식장에 피해를 입혀 설치된 것"이라며 "피해어민은 혹부리오리의 포획을 요구했지만 혹부리 오리는 포획을 할 수 없는 종이어서 폭음기 설치로 합의를 봤다"고 말했다.

폭음기 소리가 날 때마다 철새들을 비행과 착지를 반복했다. 철새를 괴롭히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만조가 다가오자 철새들이 먹이활동을 하고 쉴 공간이 점점 줄어들었다.

정 박사는 "사람으로 치면 유부도는 고속도로의 휴게소와 같다. 휴식을 취하면서 자동차의 떨어진 기름을 채우는 곳인데 철새들은 제대로 쉬지 못한다"며 "폐염전을 활용해 철새들의 쉴 곳을 마련했으면 하지만 대부분 사유지라서 이마저도 어렵다"고 말했다.

3시간의 탐조시간동안 유부도를 찾은 철새는 11개 종, 9200마리다. 유부도는 사시사철 철새들이 날아드는데 특히 봄·가을에는 전세계에 200쌍 정도 밖에 남아 있지 않는 넓적부리도요와 1000-2000마리가 남아있는 청다리도요사촌도 이 곳을 찾는다. 국내 유일한 철새 중간기착지이자, 새들의 천국이라 불릴만 하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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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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