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현 건양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강지현 건양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빌딩증후군은 특정한 하나의 원인물질을 찾을 수 없지만, 사무용 빌딩의 실내환경 때문으로 추정되는 두통, 무기력증, 피부발진, 눈, 코 등의 점막자극증상 및 호흡기 장애 등의 증상을 의미한다. 즉 사무실이나 아파트, 지하상가 등 환기가 잘 되지 않는 닫힌 공간 안에서 2-3시간 이상 지낼 때 여러 사람들한테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두통, 가려움증, 눈이 뻑뻑한 느낌, 피로감, 무기력증을 비롯해 비염, 후두염, 천식, 아토피 등과 같은 질환을 통틀어 말한다.

건물 안에는 우리를 괴롭히는 수많은 오염물질들이 있다. 최근 실내 흡연금지로 상황이 좀 나아진 듯 하지만 난방장치의 곰팡이, 바닥용 깔개와 카펫, 복사기 등 사무기기에서 나오는 `포름알데히드` 등의 휘발성 오염물질, 단열재와 바닥 등 건축자재에서 나오는 석면, 라돈가스 등의 갖가지 화학물질과 전자파 등이 눈에 보이지 않게 사무실의 근무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렇듯 오염된 공기가 계속해서 내부 순환을 반복하고 있고, 밀폐된 건물에서 비정상적인 공기순환이 이뤄지기 때문에 산소도 부족하다. 또 우리 몸의 생리와 맞지 않는 실내온도와 습도 등도 빌딩증후군의 원인이 된다. 이런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생활하면서 눈과 코, 목 등의 점막이 메마르기 쉬워 여러 증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특히 곰팡이나 세균과 같은 것이 에어컨 등 냉난방기에 기생할 경우 빌딩증후군을 더욱 쉽게 유발할 수 있다. 여름철 냉방병이 대표적인 빌딩증후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새로 지은 건축물인 경우 건축자재, 가구 등 접착제와 단열재 등에서 많은 휘발성 물질들이 새어나오기 때문에 호흡기는 물론 신경계에도 더욱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이 밖에 작업에 대한 만족도와 근무 분위기 등 정신적인 요소와 스트레스도 빌딩증후군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빌딩증후군은 사무실뿐만 아니라 아파트, 지하철, 자동차 안 등 하루 중 80% 이상을 실내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발병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여성이나 젊은 사람,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 알레르기병력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고위험군으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콘택트 렌즈를 사용하는 사람은 쉽게 눈이 뻑뻑하거나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사무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겐 원인 모를 증상이 나타날 때가 있다. 갑자기 머리가 아프거나 어지럽고 피로감이 몰려든다. 또 다른 증상으로 현기증이나 두통, 후두염, 알레르기 증상 등을 주로 호소한다. 이밖에도 호흡기와 폐에 질환을 가져오면서 심한 기침 증상을 유발할 수 있으며, 피부자극, 메스꺼움, 구토, 어깨통증, 눈의 충혈, 피로, 무기력, 불쾌감 등 다양한 증상을 나타낸다. 작업능률을 떨어뜨릴 수도 있으며 기억력이 감퇴해 정신적인 피로를 일으키기도 한다.

빌딩증후군은 보통 맑은 공기를 쐬면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가 많지만, 간혹 생명을 위협하는 급성질환이나 만성질환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장기간의 노출이 폐렴이나 천식을 유발할 수 있고 폐암과 같은 큰 병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에 당장 증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환경적인 문제로 인한 빌딩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채광이나 온도, 습도, 환기나 공기정화 등의 근무환경을 자연환경에 맞추는 것이 최선책이다. 온도는 16-20도, 습도는 40-60%가 적당하고, 2-3시간마다 환기를 시켜 적당한 실내온도를 유지한다. 때때로 맑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것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날씨가 추운 날보다는 따뜻한 날 환기를 많이 하게 되는데, 이런 날은 건물 안팎의 온도차가 적어져 거의 환기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실내 구석구석에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청소도 자주 해야 한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전희진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