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미래가 `숲`에 달려 있다고 이야기되곤 한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자연생태계 변화가 우리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생각해 보면 숲의 중요성을 공감하기란 어렵지 않다. 자연친화적 삶을 살았던 선조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 경관을 함부로 해치지 않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자연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경관을 새롭게 조성하기도 했으니, 바로 마을숲이었다.

수백 년 동안 모둠살이를 꾸려 온 마을 사람들의 합의에 의해 마을 입구와 뒷산, 하천변, 마을 주변 등에 마을숲을 조성했다. 마을숲은 마을 공동의 재산이거나 동성마을의 경우 종중 소유의 녹지로, 마을 사람들의 생활과 직접적인 관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마을숲을 함께 이용하면서 관리했다.

인위적으로 마을숲을 조성하고 관리해 온 것은 경관 가꾸기의 차원을 넘어 마을숲이 지닌 기능 때문이다. 마을숲은 바람과 기온을 조절하는 방풍(防風) 기능은 물론 하천의 범람이라든가 마을과 농경지 수해, 풍해를 예방해 준다. 배산임수(背山臨水) 마을에 조성되는 숲은 대체로 수구(水口)막이의 기능을 지닌다. 계절풍의 영향이 많은 기후와 산악지형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마을 좌우와 앞에 숲을 조성하고, 뒷산에는 구황수목을 식재하거나 땔감으로 이용할 수 있는 숲을 만들어 마을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해안가에서는 물고기가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물가에 나무를 심어 어부림(魚付林)을 조성한다.

풍수지리적으로 허한 곳을 보완해 주기 위한 목적으로만 마을숲을 조성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비보림(裨補林)이라고 한다. 이 외에 마을 주변에 뾰족한 바위가 있거나 굽이치는 산이 있을 경우, 마을에 나쁜 기운을 준다고 여기고 이러한 기운을 누르거나 차단하기 위해서도 숲을 조성한다. 이러한 마을숲을 비보압승형(裨補壓勝形)이라 한다. 마을숲을 성황림(城隍林)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마을숲에 공동체 신앙인 성황당이 모셔져 있는 경우이다. 자연생태적 기능을 지닌 마을숲은 마을의 역사, 문화, 신앙 등이 오랜 세월에 걸쳐 집적되어 온 자원이다. 오늘날에는 마을숲에 놀이기구, 정자 등 회합에 필요한 시설을 설치하고, 마을의 중요 행사를 치르는 장소로 문화통합적 기능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원성 성황리 성황림(천연기념물 제93호)`과 `고흥 월정리의 해안방풍림(전라남도 기념물 제116호)`을 비롯한 수많은 마을숲이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재해 예방을 위해 기울인 선조들의 노력과 마을 경관에 대한 풍수지리적 해석이 어우러진 유산 마을숲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황경순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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