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등 사회적 파장 거세 가해자 개인 책임 돌려선 안돼 공명·생명존중 가치 확립 중요 사회구성원 인성교육 선행돼야

새해가 시작되어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도 부족한 시기에, 안타깝고 슬픈 소식들이 이어져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음식을 남겼다는 이유로 30대 보육교사가 네 살배기 아이를 폭행한 일이나, 강남의 서초동에서 발생한 세 가족을 살해한 세칭 세 모녀 살인 사건 등은 우리가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비롯하여 가정, 보육시설, 학교, 군대, 심지어 도로 상에서까지 폭행이 일어나는 이 현실 속에서 우리는 어디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

최근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여러 사건과 사고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제 발생의 원인을 개인에게 돌리는 것을 보게 된다. 사람들은 가해자가 얼마나 악하고 몹쓸 인간인지 규탄하면서, 나름대로 가해자의 정신 상태나 가치관 혹은 직업의식 및 배경 등을 분석하면서 왜 이러한 일이 발생하였는지를 이해하고자 한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실수하기 쉬운 것 중 하나는 지나치게 문제의 원인을 가해 당사자 개인에게 두는 것이다. 물론, 사건의 중심에 있는 가해자의 개인적 특성이 비극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동일한 위험요인을 가졌다고 해서 모두가 동일한 행동이나 결과를 나타내지는 않는다. 처한 상황적 조건이 어떠한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 폭행이나 살해 사건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린다면, 가해 당사자를 비난하고 꾸짖고 처벌하는 것으로 끝나버릴 수 있다. 그러나 가해 당사자 개인의 탓으로만 문제 해결을 하려고 할 때, 어떤 사람이, 어디서, 누가, 어떤 방식으로 사고를 일으킬지 예측하기가 매우 힘들다. 결국 잠재적 위험성을 가진 개인을 찾아내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제도적으로 접근하는 경우에도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 어린이집의 아동 폭행 사건에 대해 정부는 보육시설에 대한 전수실태조사를 한다고 발표하였다. 이러한 조치를 취한 것은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문제 해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대응방식은 끓어오른 국민들의 분노를 다른 문제로 관심을 돌리기 전까지 잠깐 누그러뜨리기 위한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의 정책과 제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조장하게 되고, 이로 인해 사회적 시스템이 사람들에게 주는 사회적 교훈의 효과를 떨어뜨린다.

그렇다면 경악할 사건과 사고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개인에 대한 훈육과 처벌 등과 같은 미시적 접근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 사회가 정책과 제도를 통해 무엇을 관철시키고 무엇을 지켜내고자 하는지를 사회구성원들에게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사회는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통해 사회구성원들에게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경험적으로 체득하게 한다. 말하자면, 아무리 약하고 어리고 가난할지라도 이 사회가 보여주는 법과 제도와 같은 사회시스템을 유지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공명정대하며, 생명의 존엄과 가치를 수호하고자 하는 의도를 명확히 드러내준다면 이것이 가장 중요한 교육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범법자들을 모아 훈계를 하는 것보다 이 사회가 지키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모든 사람들이 알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사회는 정치나 경제나 법과 제도를 통해 국민들에게 무슨 가치를 가르치며, 무슨 메시지를 주고 있는가? 학교와 같은 교육기관을 통해 윤리나 가치 교육을 하는 것으로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나 끔찍한 비극을 줄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이 사회가 가르쳐주는 것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편법과 불법, 그리고 불공정한 경쟁과 야합이 미덕처럼 통용되는 한 아무리 충효를 부르짖고 윤리와 도덕을 강조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이제는 이 사회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그 가치를 반드시 지켜내고야 말 것이라는 사회적 의지를 명확히 보여줌으로써 사회적 비극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손의성 배재대 복지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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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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