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엽씨 등 중증장애인 53명 시집 출판기념회 작품집 300권씩 제공… 대형서점·온라인 판매

지난 16일 오후 대전시청에서 열린 장애인 창작집 발간지원 사업에 선정된 문인과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장애인인식개선 오늘 제공
지난 16일 오후 대전시청에서 열린 장애인 창작집 발간지원 사업에 선정된 문인과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장애인인식개선 오늘 제공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나는 나에게 많은 날들을 지내오면서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어보겠지요. 그러면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사람들을 사랑했다고 말 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이들을 사랑해야겠습니다." (김준엽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중에서)

뇌병변 장애, 정신장애 등 각종 중증장애를 안고 있는 장애인 53명이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시집을 냈다. 이들은 지난 16일 오후 대전시청 20층에서 열린 2014년 장애인 창작집 발간지원 사업에 따른 선정문인 출판 기념행사를 열고 기쁨을 함께 나눴다.

장애인인식개선 오늘 주최로 열린 이날 선정된 문인과 시집으로는 김준엽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위수연 `휠체어의 비명`, 이민행 `서산에 해지는 한 순간` 등 3편과 이경숙 외 50명이 쓴 동인시집 `순례`가 선정됐다.

선정 문인 중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김준엽(44)씨는 사회적인 현상을 언어적 기지를 살려 사물과 삶의 중핵을 파고드는 관조와 성찰을 시에 담았다. 특히 유명 시인이 카피해 저작권 반환 논란을 불러일으킨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지나온 삶과 일상에 대한 성찰을 담담하게 그려낸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뇌병변 1급 장애인인 위수연(31)씨는 인간의 순수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의 언어로 표현한 시를 자신의 시집 55편에 담아냈다.

자신을 돌보는 언니의 통역없이는 창작 활동이 쉽지 않은 그이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과 색깔로 문단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군대에서 사고를 당해 정신장애 3급을 받은 이민행(52)씨는 `서산에 해지는 한순간`이라는 시집을 통해 답답한 현실을 극한 감정과 광적으로 표출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선정된 문인들에게는 상장과 작품집 300권씩이 제공되며 시집은 교보, 영풍문고 등 대형서점을 비롯해 온라인 서점등에서도 구입이 가능하다.

심사평을 맡은 박덕규 단국대 교수(문학평론가)는 "장애인 문인들이 얼마나 치열하고 간절하게 작품에 임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며 "이번에 선정된 작가들의 작품도 2년연속 우수도서에 선정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한민국 장애인 창작집필실(대전 중구 대흥동)에서는 이곳에서 창작열을 불태운 공다원, 박재홍 시인이 2014년 세종도서문학나눔(구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에 선정돼 장애인문학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인지도를 높인 바 있다. 이번에 선정된 작가들 역시 인지도가 높고,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 2년 연속 우수도서 선정을 기대하고 있다. 원세연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원세연

관련기사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