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구로 구입해 연주법 독학 거리공연 하며 10여곡 작사·작곡 수강생 50명 배출… 밴드도 결성

 취미가 직업이 되어 창업까지 한 우쿨렐레 카페 '알로하'의 박인규 대표가 우쿨렐레를 연주하고 있다.  윤평호 기자
취미가 직업이 되어 창업까지 한 우쿨렐레 카페 '알로하'의 박인규 대표가 우쿨렐레를 연주하고 있다. 윤평호 기자
천안역 지하상가에는 천안 유일의 우쿨렐레 카페 `알로하`가 있다. 카페 알로하의 주인장은 박인규(39) 대표다. 박 대표는 20대 후반인 2005년 우쿨렐레를 접했다. 공중파 TV의 짝 짓기 프로그램에서 여성 출연자가 요즘 배우는 악기라며 우쿨렐레를 연주하는 모습을 봤다. 그런 악기도 있다는 걸 방송을 보고 처음 알았다.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서 찾아봤지만 우쿨렐레를 판매하거나 소개하는 정보가 전혀 없었다. 미국 아마존닷컴에서 우쿨렐레 정보를 겨우 발견했다. 신기한 마음에 129달러를 결제하고 해외 직구로 우쿨렐레 하나를 구입했다.

바다 건너 온 우쿨렐레는 독학으로 연주법을 터득했다. 시중에 출간된 교습서가 없어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해외 우쿨렐레 연주자의 동영상을 보며 연마했다. 고등학교 때 취미로 기타를 배운 것이 혼자서 우쿨렐레를 마스터하는 데 도움 됐다.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던 박 대표는 강의가 끝나면 집에서 길게는 하루 6시간까지 연습했다. 우쿨렐레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자 다른 이들과 정보 교류를 위해 네이버에 우쿨렐레 인터넷 카페를 개설했다. 우쿨렐레 동호회 카페로는 국내 최초로 여겨지지만 아직 우쿨렐레가 대중화되지 않은 시기라 추가 회원 가입이 없었다. 6개월 가량 유지하다가 닫았다. 대신 거리로 나섰다.

마음 내키는 날이면 신부동 공원 등 거리에서 즉석 공연을 가졌다. 유명해지기 전 천안에서 거리공연을 가졌던 버스커 버스커와 한 무대에 서기도 했다. 2013년부터 천안역 지하상가에서 열린 몽땅 프리마켓에서도 공연했다. 연주와 노래실력이 알려지자 천안KYC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의 공연 초청도 잇따랐다. 일기를 쓰듯 틈틈이 작사·작곡 해 10여 곡의 노래를 만들었다. 취미로 인연 맺은 우쿨렐레를 아이템으로 충남문화산업진흥원의 청년CEO 500 프로젝트에 참여해 지난해 2월 우쿨렐레 카페 `알로하`를 창업했다. 카페 알로하는 커피와 차는 물론 우쿨렐레 강습과 판매도 한다. 천안에 우쿨렐레 문화를 확산시키는 베이스캠프로 부상하고 있다. 개인 및 단체 강습으로 50여 명의 수강생이 배출됐다. 20, 30대 젊은 층이 주축이었지만 70대 할머니도 있었다.

지난해 8월과 12월은 `오 나의 공주님`, `봉명동 6-32번지` 두 곡을 디지털 음원으로 발표했다. `오 나의 공주님`은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다. 조금 이색적인 제목의 `봉명동 6-32번지`는 박 대표가 살고 있는 집의 주소다. 동행자도 생겼다. 그에게서 우쿨렐레를 배우고 악기 젬베도 다루는 제자와 함께 밴드 `파쿠스틱`을 결성했다. 두 사람 모두 애 아빠인 점에 착안해 파더와 어쿠스틱을 합성해 밴드 이름을 정했다. 파쿠스틱은 천안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를 우쿨렐레의 경쾌한 리듬에 실어 들려주고자 한다. 한때 천안사람들의 약속장소로 애용됐다가 세월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사라진 서점 `양지문고`를 추억하며 올해 봄 노래 `양지문고`가 발표될 예정이다.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우쿨렐레를 선물하고 가르쳐 예술적 감수성을 키우도록 지원하는 프로젝트도 구상중이다.

직장인에서 기업가로 변모시킨 우쿨렐레의 매력으로 박 대표는 `민주성`을 콕 집었다. 그는 "네 줄 악기인 우쿨렐레는 하루 10분씩 2, 3개월만 투자하면 아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손쉽게 연주할 만한 수준이 된다"며 "많은 사람들에게 음악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멋진 악기"라고 소개했다.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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