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새해는 좀 더 여유 있고 넉넉한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면서 희망찬 새해를 시작하였는데 벌써 1월의 절반이 지났다. 우리의 바람은 넉넉함과 여유이지만 현실은 금년에도 빡빡하고도 여유 없이 또다시 생존의 질주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바쁘고 힘들게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종교생활을 할 여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지구촌 인류는 종교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통계수치로 살펴보자. 2011년도 통계자료(KCM)에 의하면 세계 인류 중에서 비종교인은 약 13.66%로 나와 있다. 종교인이 85%가 넘는 셈이니 지구촌의 인류는 비종교인들보다 종교인들이 훨씬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인류의 오랜 역사 동안 종교는 인간에게 중대한 관심사였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의 종교 분포는 어느 정도일까? 좀 오래된 통계자료이기는 하나 통계청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종교인이 53.1%였고, 비종교인이 46.5%였다.

세계의 종교 분포와 한국의 종교 분포에는 차이가 조금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구촌의 다른 인류보다 비종교인 대비 종교인 수가 적은 편이다. 전 세계 인류는 지금도 다수가 종교를 갖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종교인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일까? 한국 사람들의 종교심이 약해서 그렇다고 보지는 않는다. 신라와 고려시대에는 불교, 조선시대는 유교가 막강했었고, 민간무속신앙도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이며, 아직도 현재 전 인구의 절반은 종교를 가지고 있으니 종교심이 약한 것은 아닐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이 종교에 대한 관심이 약화된 것은 몇 가지 원인이 있다고 본다. 첫째로, 종교 외적인 이유로서 물질우선주의적인 사회 환경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로 인하여 한국인의 종교심이 신이 아니라 돈에게로 급격히 이동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국민 다수의 최대 관심사는 안정되게 먹고 사는 민생 문제가 아닌가 한다.

둘째로, 종교 내적 이유로서 도덕적이어야 할 종교계에서 부도덕한 현상들의 발생이 종교에 대한 실망과 비난을 만들기 때문이다. 종교는 도덕과 동의어는 아니다. 그러나 종교는 도덕적인 면을 갖추어야 사회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오늘날 기독교를 포함한 한국의 종교들이 현대인들에게 위로와 힘을 주는 사회적 순기능을 작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종교 단체들이나 성직자들이 도덕적 일탈(逸脫) 곧 부도덕한 삶을 행함으로 말미암아 대중의 신뢰를 잃고 실망과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종교계가 도덕적인 자정능력(自淨能力)을 갖지 않으면 어두운 사회의 등불과 희망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21세기 정보기술화 사회, 물질만능주의 사회에서 종교는 아직 할 일이 있는가? 오늘날의 한국인은 종교를 필요로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부정적이거나 회의적인 것이 아니라 긍정적이다. 단, 종교가 도덕성을 바탕으로 할 때 그렇다. 종교가 도덕성을 상실하면 사이비로 전락하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생존경쟁의 사회 환경에서 종교는 각박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등불이 되어 곁에 함께할 것이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으며,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며 고통 가운데 있는 이들에게 종교는 길을 보여주며 함께 동행할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사람이 떡을 먹어야 살 수 있지 않는가 설득하며 유혹한 마귀 앞에서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고 하셨다. 떡을 아무리 많이 먹고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사람은 공허를 채울 수 없다.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물질로 채울 수 없는 자신 속에 있는 나머지 빈 공간을 보람과 의미로 채우는 일은 종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현대인들 가운데 일부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는 것보다 배부른 돼지가 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하겠지만 그래도 배부른 돼지가 되는 것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은 자신의 내면을 살피며 물질만으로는 행복할 수 없음을 생각하고 영원을 갈망하는 사람에게는 결코 어려운 말이 아니다.

이규현 대전과기대 교목실장, 혜천기념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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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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