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별 주요내용과 의미

박 대통령은 12일 신년구상 발표 및 기자회견에서 금명간 이루어질 청와대 특보단 구성에 맞춰 김기춘 비서실장과 일부 참모진의 교체 가능성을 내비쳤다. 공석인 해양수산부 장관 등 소폭의 내각 개편 의지도 밝혔다.

문건 유출 파문 등으로 공직 기강이 무너진 상황을 감안해 우선 청와대부터 시스템 개편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여론에 떠밀려 인적 쇄신에 나서기 보다 자연스럽게 출구 전략을 모색하겠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특보단을 구성해 국회나 당청간에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협의해나가는 구조를 만들겠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인사 이동도 되지 않을까 구상하고 있다"는 발언이 그 방증이다.

거취와 관계없이 김 실장과 핵심 비서관 3인방에 대해서는 변함없는 신뢰를 감추지 않았다.

김 실장에 대해 "드물게 사심 없는 분이고, 이미 여러 차례 사의 표명도 했다"고 토로했다. 비서관 3인과 관련해선, "의혹을 받았다는 이유로 내친다면 누가 제 옆에서 일을 하겠느냐"며 함께 일할 뜻을 분명히 나타냈다. 비선 실세 논란에 대해선 "개인적인 욕심을 달성하기 위해 이간질을 해 어부지지를 노리는 데 말려든 것"이라고 규정했다. 비선 실세로 지목돼온 정윤회 씨와 관련한 기자의 질문엔 "정씨는 수년 전에 저를 돕던 일을 그만두고 제 곁을 떠났다. 국정 근처에 가까이 온 적도 없다"고 확실한 선을 그었다.

◇ 경제 활성화

경제 활성화는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제시한 새해 국정운영 구상의 핵심 축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경제 활성화를 뒷받침할 전제 조건으로 구조개혁을 역설한 뒤 구체적인 정책들을 일일이 소개했다.

공무원연금개혁의 중요성도 강조했지만 정·재계를 중심으로 논란이 된 경제인 사면과 관련해선 진전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를 전국, 전산업으로 확산시켜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중소·벤처기업을 적극 육성하기 위해 대기업과 1대1 전담지원체계를 갖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상반기까지 전국 17개 시·도에 모두 개소해 지원체계를 갖춰가겠다"고 말했다.

창조혁신센터를 중심으로 지방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피력한 것이다.

공정혁신과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핵심기술 개발을 통해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고, 기후변화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에너지 신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또 세종창조마을 출범을 계기로 스마트팜을 본격적으로 보급하고 농촌관광·유통·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도 ICT(정보통신기술) 표준모델을 개발해 농업의 6차 산업화를 앞당겨야 한다고도 했다.

내수확대와 관련해선 "내수부진과 저성장의 근본원인으로 작용해 온 고질적인 규제를 개혁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처방을 내렸다. 다만,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해선 "종합적인 국토 정책 차원에서 의견을 수렴해 올해는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해 지방에 미칠 파급 여부가 주목된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작년에 2조 5000억 원의 적자를 혈세로 보존했는 데 10년 후에는 10조 원으로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늘어난다"며 공직자들의 양보를 당부했다.

기업인 가석방에 대해선 "기업인이라고 해서 특혜를 받는 것도 안되겠지만, 기업인이라서 역차별을 받아서도 안된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 통일·외교

"북한은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대화에 응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의향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분단고통 해소와 평화통일의 길을 위해서는 필요하다면 누구라도 만날 수 있는 데 북한이 소극적이라는 의미다. "전제조건은 없다"며 대화의 문을 활짝 열었다.

박 대통령은 한미동맹과 한중 전략적 동반자관계 내실화, 일본과의 새로운 관계 모색, 한러 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거론하며 "이를 바탕으로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의 선순환을 도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우리가 여러 번 대화를 제안했으니 북측이 적극적으로 나와 정상회담 문제도 그렇고, (대북 제재인) 5·24 문제도 그렇고 만나서 얘기해야 어떤 접점,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북측이 대화에 적극 응해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특히 설을 전후로 한 이산가족상봉을 제안했고,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여러 공동행사를 남북이 함께 만들어가기 바란다는 기대를 나타냈다.

한일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선 "못할 이유가 없는 데 정상회담을 하려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데 오히려 후퇴하는 일이 있어서는 되지 않겠느냐"고 되물으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일본 측에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와 관련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태도 변화를 다시 한번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 소통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소통점수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즉답을 아끼면서도 "제가 여러 차례 (야당에) 딱지를 맞았다"라는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소통 의지가 부족하지 않음을 보여주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그러면서 "여야 국회하고 더욱 소통이 되고, 여야 지도자들과 더 자주 만남을 가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참모진 및 국무위원과 대면보고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언제든지 만나서 얘기 듣고 그래요.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내용을 전혀 모르시네요"라고 응수했다.

소통 노력이 미흡하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농담을 섞어가며 앞으로 보다 적극적인 행보에 나설 것임을 보여준 것이다.

박 대통령은 당청 관계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전개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나타냈지만 개헌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개헌 공론화는 다음에도 할 수 있지만 지금 경제 활성화에 나서지 않으면 '골든 타임'을 놓치고 만다는 논리다.

박 대통령의 신년구상 발표와 기자회견은 질의응답을 포함해 약 1시간 20분 동안 이어졌다.

경제활성화 등을 강조하는 모임에 입고 나오곤 하던 붉은 색 재킷 차림이었다. 회견을 마친 뒤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기자들의 상주 공간인 춘추관에 들러 일일이 새해 인사를 나눴다. 서울=송신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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