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기업 `느린손`은 국내 6번째 슬로시티 마을인 대흥면의 주민들 19명이 출자를 통해 2013년 9월 설립한 마을기업이다. 조합원 중 15명이 짚공예, 손바느질, 천연 수제비누, 천연 염색 등을 활용해 전통공예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판매 뿐 아니라 관광객, 지역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잊혀져 가는 전통문화를 알리고 되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느린손은 지역 특색에 맞는 제품들을 개발해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모색하고 이를 통한 마을의 경제 공동체를 형성하는 등의 좋은 성과를 얻으며 지난 해 10월 열린 안전행정부 주관 우수마을기업 경진대회에서 10대 우수마을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여러 마을기업의 좋은 귀감이 되고 있는 느린손의 사무국장 박효신 씨를 만나 그동안의 과정과 앞으로의 포부를 들어봤다.

Q. 느린손의 설립 과정은.

A. 저희 마을기업 느린손은 2013년 9월 27일 오픈을 했습니다. 느린손은 주민들이 스스로 출자를 해서 만든 협동조합입니다. 적게는 10 만원, 여유 있으신 분은 50만원까지 이렇게 십시일반 출자금을 걷어 총 19명이 자본금 650만원을 마련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협동조합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있다면.

A. 2011년도에 저희 마을이 슬로시티로 지정 되었어요. 이것을 계기로 지역의 짚공예 명인들이 처음 공예 제품 만드는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짚공예 작업을 하다 보니 소문이 나고 인터넷에도 올라가고 그러더라구요. 그러더니 `대한민국 트렌드 페어`에 초대 받게 되면서 저희 지역의 할아버지들이 만든 짚공예품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졌습니다. 그 때부터 아름아름 주문이 들어와 짚공예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이를 보면서 공방을 열어 여러 주민들이 생산에 직접 참여하면 마을 경제에 참 좋겠다 생각을 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시작하게 된 구체적인 목적은.

A. 크게 2가지입니다. 하나는 사라져가는 전통공예의 맥을 이어가자는 것이고 또 하나는 주민들이 대부분 70세 이상의 소농들인데, 이 분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해서 만드는 공예품을 통해 소득창출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하는 목적이 있었어요. 또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이 마을이 어린이들에게 전통공예를 알리고 교육 시키고자 합니다.

Q. 공방 안에 예쁜 작품들이 너무 많다. 모든 조합원들이 제품 생산에 참여하고 계신가?

A. 네 분의 후원자를 제외한 열 다섯분이 직접 참여하고 계세요. 짚 공예 뿐 아니라 손바느질, 천연비누, 천연염색 등을 통해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크게 짚공예품, 천연염색제품, 천연수제비누, 손바느질 제품, 이렇게 4가지를 취급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Q. 솜씨가 너무 좋은 것 같다. 원래 이런 솜씨를 갖고 있었는지.

A. 저희 마을에 짚공예 명인들이 계셨어요. 젊은 분들도 함께 모여서 배우고 60년 전에 손을 놓았던 짚공예를 다시 시작한 분들도 계시고 또 슬로시티 사업을 통해 주민교육을 진행해 오면서 습득한 부분도 있습니다.

Q. 사무국장님이도 직접 만들던데.

A. 저는 주로 손바느질 작품들을 만들고 있어요. 짜투리 천 조각을 이어 붙이는 것을 원래 좋아해서 청바지를 이용해 새로운 가방을 만들 거나 하는데 너무 재밌어요.(웃음)

Q, 국장님은 이 일을 하기 전에 어떤 일을 했었는지.

A. 저는 2004년에 귀향했습니다. 서울에서 있을 때는 홍보, 마케팅, 언론 그런 쪽에서 일을 해왔습니다.

Q. 특별히 귀향을 하게 된 이유가.

A. 서울에서 학교, 직장을 다녔지만 결국은 농촌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왔어요. 그 시기가 언제일까 고민하다 `60세가 되기 전에는 내려가야겠다`고 생각 했죠. 왜냐 조금이라도 힘이 남아 있을 때 내려가 마을을 위해 일을 하고 싶었어요, 즉흥적으로 결정한 것은 아니고 오래전부터 계획에 있던 것을 실행했던 것이죠.

Q. 현재 수익구조는 어떻게 되는지.

A.일단 물품이 판매가 되면 약간의 관리비를 제외하고 생산자에게 매달 정산해 통장으로 넣어드리고 있습니다. 예상보다 많이 팔리고 있고 입소문이 아름아름 돌면서 일부러 찾아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원래부터 큰 욕심도 없었지만서도 현재까지 수익에 대해선 모두가 만족하고 있어요. 저희는 매출을 늘리는 데 집중하기보다 조합원 한 사람이 협동조합을 통해 자존감,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매출은 저절로 따라주는 것이죠.

Q. 마을 기업을 운영하시면서 가장 뜻 깊은 순간이 있다면.

A. 손님들의 반응이 좋을 때죠. 짚공예를 시작할 땐 아무도 희망을 갖고 시작하지 않았어요. `요즘 좋은 물건이 얼마나 많은데. 품값이냐 나오겠냐`는 우려도 있었죠. 그런데 일단 시작을 하고 나니까 방문객들이 공방이라는 공간 자체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민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다른 분들이 인정을 해주시니까 마을 주민들도 `우리 것이 이렇게 좋은 거였나` 새삼 느끼면서 지금은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계십니다. 저는 이게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느린손`의 의미는.

A. 요새 모든 것이 `빨리 빨리`를 추구 하는 것 같아요. 예전엔 모든 생필품을 손수 만들어야 써야 할 때가 있었어요. 요샌 뭐 마트만 가도 금방 살 수 있지만, 느리지만 직접 자기 손으로 무언가를 엮어서 만들다 보면 성취감, 만족감이라는 게 대단히 느껴져요. 이처럼 저희 마을 자체도 슬로시티지만 `서두리지 말고 차근차근 우리 손으로 만들어가는 즐거움을 느껴 보자` 하는 것이 느린손의 의미입니다. 실제로 저희 매장에 있는 모든 제품은 시간을 거쳐 천천히 만든 제품들 입니다.

Q. 느린손의 기본철학이 있다면.

A. 현재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에너지를 보존하자는 것이죠. 손바느질만 해도 비싸고 좋은 천을 사서 만드는 것이 아닌 장롱 속에 버려진 것, 안 입는 것, 누군가 버린 것을 이용해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일명 재활용 바느질이라 합니다. 비록 처음에는 잊혀진 것이었지만 다시 재탄생을 되면 높은 가치를 갖은 새생명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가능하면 지구상에 있는 자원을 되도록 소비하지 않고 버려진 것으로 새롭게 창조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고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Q. 앞으로 느린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A. 느린손은 우리 마을에서 탄생한 마을기업 1호입니다. 이것이 주는 의미가 참 커요. 사실 슬로시티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저희 마을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마을이었어요. 기존 주민들도 자꾸 떠나려고만 하고 들어오는 사람도 없고. 하지만 주민들이 2011년부터 스스로 슬로시티 운동을 시작하면서 마을이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느린손`이라고 봐요. 협동조합이라는 주민들이 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경제구조가 시작된 만큼 꼭 성공시켜 희망의 씨앗이 되길 바랍니다. `느린손`을 시작으로 주민들이 갖고 있는 재능을 발휘하는 제 2의 협동조합, 제 3의 협동조합이 계속해서 탄생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예지 기자·최고나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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