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新풍속

담뱃값 인상에 따라 전자담배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종로구의 한 전자담배 판매점에서 관계자가 제품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담뱃값 인상에 따라 전자담배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종로구의 한 전자담배 판매점에서 관계자가 제품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가치 담배도 나눠 피우고 기쁜일 고된일 다함께 겪는…" 박목월 시인이 작사한 군가 `전우`의 한 대목이다. 군가의 가사에도 등장할 만큼 그동안 우리나라 끽연가들의 담배 인심은 후한 편이었다. 길에서 낯선 사람의 요청에도 선뜻 내주던 담배 한 개비인데 하물며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전우에게 주는 한 개비 담배가 아쉬웠을까. 하지만 새 해 들어 담뱃값이 대폭 인상되며 담배 한 개비 빌리자는 말을 꺼내기가 어려워졌다. 가격부담에 금연을 결심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전자담배부터 말아서 피우는 롤링 타바코까지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끽연을 즐기려는 `담배 난민`이 속출하고 있다. 담뱃값 인상 외에도 금연구역이 확대되며 끽연자들의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진 것도 큰 변화다. 야박해진 담배 인심부터 `담배 난민`까지 담배 정책 변화가 몰고 온 2015년의 신풍속을 알아봤다.

◇야박해진 담배인심 "담배 빌리자는 말은 민폐"=최근 담배인심이 어떻게 달라진 것 같냐는 질문에 30대 회사원 우인호 씨(대전 대덕구)는 "요즘은 회사 동료들에게 담배 한 대 빌려달라고 말하기도 겁난다. 담뱃값이 하루 아침에 두배 가까이 뛰다보니 빌려달라는 말을 하면 민폐가 되는 것 같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예전에는 담배가 떨어지면 몇 대 얻어 피우고 한 갑으로 갚는 광경이 흔했는데 이제는 빌리기도 빌려주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며 "연말에 미리 사둔 담배가 몇 갑 남았는데 금연은 쉽지 않을 것 같고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사실 한 갑에 4500원 하는 담배 한 개비의 가격은 200원이 조금 넘는 정도. 물론 개비 당 100원 꼴이던 인상 전보다는 큰 폭으로 오른 수치지만 사실 동료와 나누기에 크게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비교적 저렴하게 즐기던 기호품의 가격이 갑자기 100% 가까이 인상됐다는 점에서 애연가들이 느끼는 심리적 부담은 생각보다 큰 것으로 보인다.

◇직접 만들어 피우는 `롤링 타바코` 판매 급증=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담뱃값이 인상되며 주머니 사정에 부담을 느낀 애연가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저렴한 담배로 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직접 말아서 피우는 담배인 롤링 타바코를 찾는 젊은층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유학이나 워킹홀리데이 등으로 해외에 장기체류한 경험이 있는 젊은 층의 경우 한 갑에 한국 돈으로 1만 원 이상을 지불해야 하는 비싼 담배 가격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롤링 타바코를 접한 경험을 갖고 있고, 이번 기회에 새로운 것을 경험해보고 싶어 찾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저렴한 가격. 연초와 종이, 필터를 각각 구입해 전용 롤러나 손으로 말아서 피우는 롤링 타바코의 가격은 제품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1갑 기준 2600-3000원 사이. 4500원 짜리 담배 3갑을 살 비용으로 대략 5갑 정도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담뱃값 인상 이후 대전지역의 롤링 타바코 전문점들은 전에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롤링 타바코 전문점 관계자는 "새해 들어 롤링 타바코를 찾는 수요가 크게 늘며 물량이 달리는 상황이다"며 "현재 필터와 롤러가 떨어져 재입고를 기다리고 있다. 다른 매장들도 모두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실제로 같은 날 방문한 다른 매장 역시 당일 들어온 물량이 2-3시간에 모두 팔리는 등 젊은 층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설 곳 없는 끽연가들… 비싼 담배 피울 곳도 사라져=새해부터 더욱 강화된 금연 정책은 담뱃값 인상과 함께 애연가들의 설 자리를 더욱 좁게 하고 있다. 올해 1월 1일부터 면적과 관계없이 모든 음식점과 카페, PC방 등 공중이용시설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것. 음식점의 경우 지난해 100㎡ 이상의 업소를 대상으로 했지만 올해부터는 크기에 상관없이 전면 적용됐다. 물론 흡연실의 설치는 가능하지만 흡연석과 달리 흡연을 위한 시설 외에는 전혀 설치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별도의 담배 부스를 설치하고 흡연석을 운영해온 상당수의 카페들이 흡연석을 일반 좌석으로 변경하는 추세다.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흡연실이 내부에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일반 좌석으로 바꾼 상황"이라며 "프랜차이즈 카페들의 경우 대부분 지난 1일 부로 전체 사업장이 이 같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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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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