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 김성근 한화이글스 감독 인터뷰

"한화에 온 이후 갈수록 야구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고 있다. 팬들에게 우승이라는 목표를 약속했으니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한화이글스의 새 사령탑으로 취임한 김성근 감독. 30년 가까이 한국 프로야구를 지켜온 노 감독에게 야구는 예나 지금이나 무엇보다 절박하다. 그래서 선수는 물론 코치스태프,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도 엄격하다.

대전일보는 7일 탈꼴찌를 넘어 다음 시즌 한화이글스의 비상을 준비하는 김 감독을 만나 야구와 한화이글스, 그리고 그만의 리더십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해는 김 감독에게 특별한 한 해였다. 3년 간 몸 담아왔던 고양원더스가 해체됐고, 곧 이어 한화의 감독으로 선임됐다.

김 감독은 "한화는 나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준 팀이다. 이 길을 어떻게 걸어가야 할지 고민이다"라며 "고양과 달리 성적에 대한 압박이 상당하다. 이 압박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흔이 넘은 나이지만 여전히 성장을 이야기하는 노 감독은 그만큼 절박하다.

"한화를 맡은 이후 야구에 대한 생각이 더 깊어지고 있다. 리더는 24시간 조직을 살릴 생각을 해야 한다"며 "고양에 있을 때 기억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한화에 오니 다시 살아나고 있다. 그만큼 절실하고 절박한 상태에 들어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하루 종일 야구와 팀을 생각하는 이유는 김 감독의 리더십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김 감독은 "리더는 조직이 원하는 결과를 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나라는 인식이 들어가면 안된다"며 "내가 편한 길을 가는 것은 쉽다. 하지만 경기에 지면 아무 것도 아니다. 조직은 승리를 통해 빛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물론 이 과정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 김성근의 목소리와는 다른 길을 걸어야 하는 상황도 부지기수다. 김 감독은 "내 안에는 인간 김성근과 리더 김성근이 있다. 감독으로 살아가는 동안 나는 리더 김성근으로만 살아간다"며 "인간 김성근은 때로는 상식적으로, 또는 편한 방법을 택하자고 말한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쉬운 방법으로는 결과를 얻어낼 수 없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엄격한 만큼 선수들을 지도하는 코칭스태프들에게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오늘 1군부터 3군까지 코치들을 모두 소집해 회의를 했다. 코치들에게 선수들을 포기하려면 모두 자리를 내놓으라고 말했다"며 "가능성이 적어보이는 선수들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선수를 변화시키려면 코칭스태프가 먼저 변해야 한다. 그것이 코치도 성장하고 조직이 살고 선수도 사는 방법이다"라고 지적했다.

선수단에 대한 냉정한 평가도 이어졌다. 김 감독은 "매일 데이터를 보며 깜짝깜짝 놀란다. 데이터 볼 때마다 숫자 상으로는 과연 이래서 꼴찌를 했구나 싶다. 스프링캠프 역시 데이터 안에서 움직일 것"이라며 "수치상으로는 좋은 경우도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문제가 더 크다. 야구는 잘해봐야 7할이 실패다. 과정이 얼마나 충실하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제점이 명확한 만큼 개선의 방향도 확실하다.

김 감독은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 포인트를 고치면 되겠구나 싶다"며 "대신 모든 것을 뜯어 고치지 않으면 안된다. 대신 내가 욕을 많이 먹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포인트는 수비다. 야구는 기본적으로 점수를 뺏고 뺏기는 과정이다. 내년에는 적게 주고 적게 얻는 과정에서 이기는 법을 찾겠다"며 "한화는 그동안 많이 얻은 만큼 쉽게 주는 야구를 했다. 이 경우 상대팀은 지고 있어도 우리를 쉽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는 처방을 내놓았다.

김성근 감독 특유의 끈끈한 야구를 한화에도 이식하겠다는 선언이다. 김성근 감독은 "한화의 경우 1군과 2군의 전력차가 큰 편이다. 이 현실을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문제다. 내년 성적은 물론 한화의 미래를 위해서는 20대 초반 선수들의 성장이 필요하다"며 "한화의 전력 대부분이 34세 이상인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몇 년 뒤에 큰 위기가 온다. 겉으로 보기에 그럴듯한 팀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2군 선수 한 명까지도 세심하게 보고 현실적인 대안을 만들어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오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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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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