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경제 칼럼① 박찬무 충남세종사회적기업협의회장

박찬무 충남세종사회적기업협의회장
박찬무 충남세종사회적기업협의회장
을미년 새해에도 신문의 경제면과 사회면은 암울한 소식들만 올라오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화된 요즈음 우리나라 경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가진 자만이 더 많은 부를 축적하고 있다. 1대99의 사회라는 말이 일반화된 요즈음 공정한 경쟁이라는 말은 교과서에나 나오는 말이 되어버렸다. 어차피 출발선이 달랐으니까.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이 지금도 통용될까? 아니라고 본다. 강남에서 태어나 다시 강남으로 회귀한다. 부의 대물림처럼 대다수의 궁핍한 자들에게는 궁핍이 세속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사회적경제에 주목하게 된다. 문명이란 것은 진보된 인간생활의 총체이다. 종교, 철학, 과학 등이 망라된다. 이것은 인류가 역사를 통해 적어도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하는 약속들을 진화시켜온 성과이다. 싸움하지 말아라, 남의 것을 훔치지 말아라, 사기 치지 말아라, 서로 사랑해라 라는 얘기들은 학교에서도, 부모에게서도 종교에서도 듣는 얘기이다. 인류라는 종을 유지하기 위한 약속인 셈이다. 물론 중간중간에 인류에 반 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결국 인류의 유지발전을 위해서는 협업, 공생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협업, 공생에 대한 실천을 작게나마 하고 있다. 사회적경제기업들이 그 예이다.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기업들을 크게 나누자면 자활기업,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농어촌공동체회사 등이 있다. 자활기업은 보건복지가족부, 사회적기업은 고용노동부, 마을기업은 안전행정부, 협동조합은 기획재정부, 부처형사회적기업은 각 부 별로 그 관할이 다르다. 하지만 행정에서 얘기하는 궁극적 지향은 비슷하다.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며, 마을공동체성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그리하여 조그마한 경제공동체들이 곳곳에 위치함으로서 따뜻한 경제의 실핏줄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행정 간의 협업이 원활한 지에 대해 동의하는 사람들은 적은 것 같다.

흔히 외국 사회적경제의 선진사례로 스페인 몬드라곤협동조합, 이탈리아 볼로냐주, 캐나다 퀘벡주, 영국의 로치데일 등등을 얘기한다. 가까운 일본도 협동조합의 역사로 보면 선배라고 볼 수 있다.

앞에서 언급했던 사회적경제가 활성화 되어 있는 외국의 사례에는 공통점이 있다. 국가로부터 소외받거나 탄압받았던 곳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약자끼리 연대하고 협동했던 것이다. 외국과 우리나라는 문화적, 역사적 토양의 차이가 있다 보니 마냥 선진사례를 차용 할 수만은 없다. 그렇기에 우리나라만의 사회적경제로 발전시켜야 하는 사명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회적경제의 법적 토대는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 그리고 2014년에 3당(새누리당, 새정치연합, 정의당)이 발의해 놓은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있다.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도 빼놓을 수 없겠다. 각 정권별로 한 개씩 만들어 내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정신은 입법에도 영향을 미쳐 사회적경제 선진국의 활동가조차 우려와 함께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아! 물론 부러워하기도 한다. 그리고 애정어린 충고도 아끼지 않는다. "한국의 사회적기업은 정부 주도하에 이뤄져 민간영역과 충분한 파트너십을 전제로 진행하지 않는 것, 일자리창출의 성과만을 얘기한다는 것, 보조금지금제도, 취약계층의 고용비율을 높게 잡은 것 등이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비판적이다."(칼폴라니연구소장 마지맨델 교수의 인터뷰 내용 중)

우리나라 국민들이 사회적경제를 받아들이기에도 단어 자체가 어렵고 생소하다. 초기에는 빨갱이들이 하는 경제가 사회적경제라 여길 정도였으니까. 그만큼 사회적경제를 받아들이려는 사회적합의가 부족했다. 신속한 법제정 과정에 충분한 민관 협치가 작동 했었는지 반성해 보아야 할 대목이다.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 보지만 법제도가 없어서 할 걸 못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려고 하는 의지가 부족하지 않았을까? 법만 만들어 놓고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민선 5기 충남도정은 사회적경제라는 개념을 확산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중간지원체계(충남발전연구원 충남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충남사회경제네트워크)를 확립하고 민관 거버넌스체계(충남도 사회적경제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내는 성과도 있었다. 자체적인 시책사업비(전국 2위)를 책정하여 충남 사회적경제의 기반 조성에 노력을 다하였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민선 6기 충남도정은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경제로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중앙제도의 전달체계로 머무는 것이 아닌 충남만의 사회적경제 기반조성을 하자는 것이다.

중간지원조직의 민간 위탁, 혁신파크 조성, 사회적경제 담당공무원의 공모제 실시, 사회적경제과 신설 등 민선 6기에는 좀 더 내발적 발전을 가능하게 할 실질적 정책들을 펼쳐내야 한다.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충남의 사회적경제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서 사회적경제 블록을 만들어 보고 싶다. 국가가 방치하고, 시장에서는 구매력이 없는, 흔히 말하는 사회적 약자들과의 협동뿐만 아니라 지역공동체를 살려내고 배려가 상식이 되는 것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그림을 그려가고 싶다. 경제위기의 충격에도 지역의 사회적경제블록이 막아주는 그런 지역공동체 말이다. 지금부터 필요한 것은 선배와, 조직과, 동료와 도민들이 사회적경제를 바라보는 지향에 대한 각도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사회적 합의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그 성과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사회적경제는 우리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 지는 것이다. 국가와 시장이 해결해 주지 못하는 영역을 우리 스스로 좁히자는 것이다.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가는 것에 비례해 언제 닥칠지 모르는 경제 위기, 식량위기, 가치관의 위기를 극복할 역량이 축적될 것이다. 지방자치의 골간이 될 것이다. 지방자치를 신념으로 가지고 있는 민선 6기 충남도정이 사회적경제에 힘을 실어야 하는 충분조건인 것이다.

박찬무<충남세종사회적기업협의회장·(주)즐거운밥상 대표이사>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