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축사협회 인천광역시건축사회는 지난 3월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건축물 현장조사·검사 및 확인을 하면서 설계자 및 감리자로부터 징수한 55억 원 중 타 지역의 설계자나 감리자로부터 징수한 12억 원을 돌려주라는 시정명령을 받았다.

건축물 현장조사·검사 및 확인 업무는 1962년도에 시작됐으나 담당할 공무원의 숫자가 부족해 1980년대에 민간에 위탁하기 시작, 1999년도에 현재의 체제로 확정됐다. 건축물의 설계, 시공 및 감리와 관련 없는 제3의 전문가(건축사)에게 위탁해 업무의 공정성을 기하고자 한 것이다. 국가에서 모든 일을 직접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때로는 시민단체 또는 민간단체에 일정부분을 위탁해 시행하고 국가가 보조금을 지원한다. 그것이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축물 현장조사·검사 및 확인 업무의 경우 그에 따른 법령의 정비가 뒷받침되지 못했다.

국가가 업무대행자(건축사)에게 지급하지 않은 수수료가 지난 15년간 약 1조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국가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건축업계에 부담시킨 것이다. 국가에서 받지 못한 수수료를 설계자나 감리자에게 징수한 것인데 이를 돌려주라는 것이다. 이는 인천건축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업무대행에 따른 대가 기준이 자치단체별로 천차만별이다. 대전시는 지난 3월에 관련 조례를 개정해 내년 1월부터 현실에 반영할 예정이다. 엔지니어링사업 대가 기준의 기술사 노임단가를 적용해 현실화한 개정안이 전혀 현실적이지 못하다.

경제활동의 대부분이 노동의 대가(代價)에 기인한다. 노동의 대가는 크게 보면 순수한 노동의 대가, 기술의 대가 그리고 책임의 대가로 분류할 수 있다. 위의 대가기준은 시간 산정의 적정성을 떠나 노임 자체에 노동과 기술의 대가는 포함돼 있으나 그에 다른 책임의 대가가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다. 요즘처럼 건축법이 세분화돼 있고 그에 따른 편법 개조 등이 횡행하는 환경에서 사용검사를 위한 업무대행의 경우 최소한 3년 동안 당해 건축물의 불법이나 편법 등에 관해 책임을 져야 하는 막중한 업무다.

따라서 사용검사 업무대행에 대한 대가에는 책임의 대가가 일정부분 반영돼야 한다. 짧은 진료시간에도 불구하고 의사에게 높은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노동보다는 기술(의술)과 그에 따를 책임의 대가를 높게 반영했기 때문이다. 공적인 영역부터 제값을 주는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 손근익 대한건축사협회 회원권익보호위원장·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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