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신작 윤제균 감독 국제시장

국제시장은 부산시 중구 신창동에 위치한 재래시장이다. 1945년 광복 후, 전시 물자를 팔아 생계를 꾸려나가던 상인들이 지금의 국제시장 자리를 장터로 삼으면서 시장이 형성됐다고 한다.

이후 1950년 한국전쟁 발발로 피란민들이 몰려들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부산항으로 밀수입된 온갖 상품들이 이곳을 통해 전국으로 공급되면서 국제시장은 `사람 빼고 다 외제`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한때 전성기를 누렸다. 이 시장 한 귀퉁이에 60년이 넘게 외제품을 파는 `꽃분이네`라는 작은 잡화점이 자리잡고 있다. 영화 `국제시장`은 이 `꽃분이네`를 운영하며 우리 현대사의 굴곡진 역사를 온 몸으로 겪은 한 남자의 인생을 통해 아버지 세대의 노력과 눈물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1950년 한국전쟁을 지나 부산으로 피란 온 `덕수`(황정민 분)의 다섯 식구, 전쟁 통에 헤어진 아버지를 대신해야 했던 덕수는 고모가 운영하는 부산 국제시장의 수입 잡화점 `꽃분이네`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꾸려 나간다. 모두가 어려웠던 그때 그 시절, 남동생의 대학교 입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이역만리 독일에 광부로 떠난 덕수는 그곳에서 첫사랑이자 평생의 동반자 `영자`(김윤진 분)를 만난다. 한국에 돌아와 영자와 결혼한 덕수는 가족의 삶의 터전이 되어버린 `꽃분이네`를 지키기 위해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하지만 열심히 살아도 가난하던 그 시절, 덕수는 막내동생 `끝순(이슬기)`의 결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선장`이 되고 싶었던 오랜 꿈을 접고 다시 한번 전쟁이 한창이던 베트남으로 건너가 기술 근로자로 일하게 되는데….

윤제균 감독은 `국제시장`에 대해 "영화를 시작하면서부터 언젠가는 꼭 해야겠다고 다짐한 이야기다. 가난하고 힘들었던 그 시절, 당신이 아니라 가족을 위해 평생을 살아 온 아버지를 바라보며 늘 죄송한 마음이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 세대에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자 만든 영화"라고 기획 의도를 밝힌 바 있다.

영화는 감독의 의도대로 우리 현대사의 아픔과 영광을 온 몸으로 구현한 덕수의 삶을 극적으로 따라가며 노골적이다 싶을 정도의 헌사를 건넨다. 이 헌사를 완성하기 위해 영화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란 온 덕수 가족의 삶의 터전 국제시장부터 1963년 100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파독 광부로 갔던 독일 함보른 광산, 1974년 막내 동생 끝순의 결혼 자금 마련을 위해 기술 근로자로 파견 간 전쟁통의 베트남까지 대한민국, 체코, 태국에 이르는 3개국 로케이션을 감행하며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 한다.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우리 현대사를 관통하며 살아온 덕수의 인생을 따라 변화하는 역사적 공간과 시대적 흐름을 영화 속에 완벽하게 구현내 내고 있다는 점이다. 아비규환의 흥남부두 철수 장면부터 시작해 파독 광부들과 간호사들의 처절했던 일상들, 1983년 대한민국을 거대한 울음바다로 만들어 버린 KBS 이산가족 찾기 방송까지 당시의 모습을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듯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또 황정민, 김윤진, 오달수, 정진영, 장영남, 라미란, 김슬기 등 탄탄한 연기 내공과 개성을 갖춘 배우들이 환상의 앙상블을 선보이며 영화의 감동을 배가시킨다. 이처럼 평범한 한 가장의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삶을 통해 기성세대의 노력과 헌신에 대한 존경심을 담은 영화 `국제시장`은 보는 동안 한 번쯤 정도는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감동적인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이 완벽한 명작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불편한 점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마디로 한국의 `포레스트 검프`를 만들고 싶었던 감독이 흥행을 너무 염두에 둔 채 작위적인 장면들을 영화 중간중간 삽입한 실수를 범했다고나 할까?

특히 관객들에게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덕수와 현대사의 중요 인물들이 우연히 만나게 된다는 설정은 아무리 봐도 억지스럽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또 기구한 덕수의 삶의 전 과정을 2시간에 다 담아내려 하니 내용의 비약이 심하고 영화의 흐름이 툭툭 끊기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최신웅 기자

취재협조=대전롯데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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