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문화재단 '대동 모놀로그' 최종발표회… 세대 뛰어넘는 감동 선사

 지난 22일 대동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대동 모놀로그' 최종발표회에서 연극배우 전현주씨가 전선주 할머니의 삶을 연극으로 각색한 무대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최신웅 기자
지난 22일 대동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대동 모놀로그' 최종발표회에서 연극배우 전현주씨가 전선주 할머니의 삶을 연극으로 각색한 무대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최신웅 기자
"신랑 없이 맞은 결혼 첫해 겨울, 아침마다 시어머니랑 둘이서 마당을 쓸었어…. 한겨울 손발이 다 얼고 동상에 걸려도 시숙은 도와준 적이 없어."

채순자 할머니의 사연을 연극배우 신정임 씨가 넋두리 하듯 말하기 시작하자 컴컴한 강당 곳곳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평범한 할머니들의 삶 속에 깃 들어 있는 현대사의 굴곡과 슬픔을 꾹꾹 눌러 담으며 살아온 80년의 세월 앞에 강당을 가득 메운 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기 일쑤였다.

22일 대전문화재단이 2014 문화공동체사업 일환으로 추진해온 `대동 모놀로그-착한 할매들의 아름다운 독백` 최종발표회가 열린 대종종합사회복지관 5층 강당은 자신들의 사연을 용기 있게 공개한 5명의 할머니들 사연이 소개될 때마다 연극배우, 사회자, 그리고 관객들 모두 눈물을 흘리는 울음바다를 연출했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채순자 할머니 외에 김애자 할머니가 `엄마는 아버지가 지은 새 집으로 가셨어. 엄마는 그렇게 가셨어`를, 곽복임 할머니가 `아버지가 죽은 날이었어. 나는 손뼉을 치며 좋아했지`를, 배태순 할머니는 `50년 전 대동에 시집 와서 바우산이 좋데요`를, 그리고 전선주 할머니가 `착한 할매 만나고 얼마나 즐거운지 몰라. 반찬 몇 가지 해서 밥 챙겨 먹는 게 사는 재미여`를 주제로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들려줬다.

`대동 모놀로그`는 주민들이 작가와 함께 자신의 삶과 추억을 문학적으로 각색해 각각 한 편씩의 모놀로그(5분 가량의 짧은 독백극)로 완성한 프로젝트다. 대동에서 살아오는 동안 있었던 희노애락을 주민들이 구술로 풀어내면 작가들이 이를 기록하고, 다시 원작자인 주민과 함께 각색하는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전문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모놀로그로 공연됐다. 이날 최종 발표회가 울음바다가 된 이유는 채순자 할머니처럼 대전의 현대사 속 굴곡을 고스란히 품고 산 이들의 이야기가 문학적 상상력을 압도하는 리얼리티의 힘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번 발표회를 총괄 기획한 김지수 작가는 "대동 할머니들의 사랑방인 `착한 할매`에서 만난 할머니들의 삶은 그야말로 글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한편의 대하드라마였다"며 "할머니들처럼 언젠가 내 삶도 한 편의 아름다운 글이 될 수만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작업에 함께 참여한 손미 시인도 "이번 발표회 준비를 하면서 일주일에 한번씩 할머니들과 작가, 연극배우들이 회의를 진행했는데 회의 때마다 눈물을 흘리지 않은 날이 없다"며 "할머니들의 삶을 통해 세대를 뛰어넘는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재단은 내년에도 문화공동체사업 일환으로 대동 모놀로그 프로그램을 지속·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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