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려니 등골 휘고 안사주자니 왕따 걱정"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권모(42·여)씨는 성탄절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학년에 올라가는 딸아이의 선물 때문이다. 학교에 다니면서 딸이 옷차림에 부쩍 신경을 쓰다가 최근에는 같은 반 친구들이 입은 고가의 브랜드 옷을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권씨는 "티셔츠 하나에 수십 만 원이나 하는 고가의 브랜드에서 점퍼를 사달라고 해 고민이 많다"며 "주변에 물어보니 나처럼 고민을 하는 부모들이 많았다. 그래도 하나뿐인 딸이라서 무리를 해서라도 사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털어놨다.

성탄절을 앞두고 자녀를 둔 부모들의 고충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 고가의 제품을 사달라거나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을 사기 위해 인터넷은 물론 대형마트를 전전하는 부모들도 많다.

21일 인터넷 카페 등에서는 남자 아이는 물론 여자아이들에게도 인기가 있는 로봇 장남감을 사기 위한 부모들의 글이 넘쳐나고 있다. 6살 아들을 뒀다는 아이디 `파워***`는 "한달 전부터 아들이 갖고 싶다는 장남감을 사기 위해 대형마트와 각종 장난감 매장을 확인하고 있는데 정말 사기 어렵다"며 "웃돈을 주고라도 살테니 연락을 달라"는 글을 남겼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인터넷 게시판 등에 올리는 내용은 비슷했다. 특정 장난감 때문이었다. 이 로봇 장난감은 일본의 아동 영화 주인공들이 타는 로봇이다. 원래 정가는 7만 5000원이지만 인터넷 등에서는 10만 원을 주고도 살 수 없을 만큼 물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부모들은 원래 가격의 2-3배를 주고라도 구매하려고 하지만 물건 자체가 유통되지 않고 있다.

실제 이마트 둔산점의 경우 지난 19일 제품 15개를 판매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부모들 수십명이 오픈 시간 전부터 줄을 서 기다리기도 했다. 또 다른 대형마트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했다. 전단지를 통해 해당 제품 200개를 판매한다고 광고하자 영업시간 전부터 수백명이 몰려들어 몇 시간 만에 완판 됐다.

초등학생 학부모들은 고가 브랜드 제품을 사달라는 자녀들 때문에 고민이다. 자녀들이 한두명 밖에 없는 핵가족 시대가 되다 보니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사줘야 하는지 걱정이다.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조모(45)씨는 "혹시라도 친구들은 다 갖고 있는 제품을 딸만 갖고 있지 않아 왕따를 당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사주겠다고는 했지만 부담스러운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인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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