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진천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계속 퍼지고 있다. 충북은 물론 충남 천안의 돼지에서도 양성반응이 나타났다. 국내 최대 축산단지가 있는 충남 등지로의 확산이 우려된다.

구제역 의심증상을 보인 충남·북 여러 농장의 돼지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속속 양성반응을 보였다. 주말까지 추가 확인된 곳은 최초 발병지인 진천을 비롯 충북 청주시와 음성, 증평, 충남 천안 등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소·돼지에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소독을 강화하는 등 차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충북도내 모든 양돈 농가에 백신접종을 하도록 긴급명령이 내려졌다. 지난 3일 진천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이래 초동 방어벽은 이미 무너졌다. 충북과 충남에서 모두 14건이 양성으로 판명됐다. 보름 남짓한 사이에 도 경계를 넘어 충남 천안까지 퍼졌다. 진천과 가까운 충남·세종·대전·경기·강원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홍성과 예산·당진 등 충남의 축산농가도 노심초사하고 있다.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충청·경기·강원 등 전국으로 확산됐던 2011년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농장마다 외부접촉을 차단하고 자체적으로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진천이나 천안보다 축산업의 규모가 훨씬 크다.

구제역은 바이러스에 의해 빠르게 퍼지는 1종 법정 전염병으로 치사율이 매우 높다. 별다른 치료법은 없고 감염된 소나 돼지를 살처분하여 묻는 게 전부다. 감염된 소나 돼지는 고열에 거품 섞인 침을 흘리는 증상을 보이며, 사료를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앓다가 죽는다. 2011년 구제역 발생시 전국적으로 300만 마리의 가축을 살처분했고, 충남 당진에서도 13만 6000 마리나 매몰한 바 있다.

이처럼 치명적인 구제역이 또 발생했지만 당국의 대처가 영 미덥지 못하다. 21일까지 14곳에 퍼져 1만 6267 마리를 살처분·매몰한 것은 감염경로 파악과 차단에 실패했다는 증거다. 일부 농가에서 백신접종을 소홀히 해 면역력이 약한 돼지의 추가 감염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지자체는 더 이상 구제역이 퍼지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현재 충북 전체와 충남 일부 지역에서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있지만 언제 어디서 감염이 더 드러날지 알 수 없다. 가축이나 축산 관련 차량 및 사람이 이동하는 것을 완벽하게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찰을 강화·확대하고 경보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최대 축산단지인 충남에서 한두 건이라도 추가 확인될 경우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국가 차원의 총력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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