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4곳 감염 10만 9052마리 매몰

"2011년 구제역 악몽이 되살아 났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입니다. 축산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17일 천안시 동남구 수신면의 한 돼지 농장주 김모씨의 목소리엔 절망감이 묻어났다. 자식같이 키운 돼지 110마리가 이날 방역요원에 의해 차가운 땅 속에 매몰됐기 때문이다. 이 농장주는 전날 축사 1개동에서 사육중인 돼지 7마리가 절뚝거리는 증상을 보이자 신고를 했고 이날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았다. 병원에 입원한 터라 마지막 모습도 함께 하지 못했다.

그는 축산업을 시작한지 19년 동안 벌써 두번째 재앙을 맞고 있다. 지난 2011년 천안을 강타한 구제역 때 4500마리를 땅에 묻어야 했다.

당시 천안에서는 74농가가 구제역에 감염돼 10만9052마리가 매몰된 바 있다. 천안시가 농가에 보상해준 금액만 494억원에 달했다. 김씨는 "2011년에도 자지도, 먹지도 못했는데, 그때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며 "남은 2900여마리의 돼지에게로 퍼지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며 답답한 속내를 내비쳤다.

그는 이어 "구제역은 인력으로 막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답답하다"며 "주변 농장이 나로 인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방역당국과 천안시가 방역에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천안시도 지난 2011년 발생한 구제역 악몽에 대한 불안감과 초조함으로 방역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구제역 거점소독장소 초소 4개를 설치해 24시간 운영하는 한편, 지역의 수의사를 한자리에 불러 긴급 대책회의를 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구제역이 발병한 농장에서 3㎞와 5㎞ 떨어져 있는 농장주들에게는 구제역 행동지침을 전달하며 수시로 확인 과정을 거치고 있다. 현재 3㎞ 근방에는 돼지 3농가 3400마리, 5㎞에는 1개 농장 2800마리 등 6000여 마리가 위험 대상군으로 분류돼 있다.

농가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구제역 공포에 축사에서 밤을 지새며 사태 확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천안시 수신면 일대에서 돼지 농장을 운영하는 A씨는 "불안감에 잠은 커녕 밥도 못 먹고 있다"며 "이번 구제역은 감염속도가 빨라 단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긴박감을 전했다.

또 다른 농장주 B씨도 "그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5번의 구제역 가운데 천안에서만 벌써 2번째"라며 "위험 대상군에 속해있는 만큼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고 고충을 호소했다. 천안=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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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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