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금강 기획연극 '죄와 벌' 23일까지 소극장 금강서 공연

대전연극계에는 아름다운 `전통(傳統)`이 존재하고 있다. 바로 연극계에서 자신의 삶을 불태운 선배가 회갑(回甲)을 맞게 되면 그 후배, 제자들이 연극을 만들어 `헌정(獻呈)` 공연을 여는 것이다. 이 아름다운 전통이 올 연말 다시 부활해 지역 문화계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바로 극단 금강이 40년 간 연극계에 몸 담아온 건양대학교 김용관 교수의 회갑을 맞아 기획한 연극 `죄와 벌`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4일 첫 공연을 시작해 23일까지 소극장 금강에서 공연되는 `죄와벌`은 우리들이 잘 알고 있듯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을 연극 무대로 옮긴 것이다.

가난한 대학생 라스콜리니코프는 서구적인 합리주의자이며 무신론자다. 병적인 사색 속에서, 나폴레옹적인 선택된 강자는 인류를 위해 사회의 도덕률을 딛고 넘어설 권리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고리대금업자 노파를 죽여버림으로써 이 사상을 실천에 옮긴다.

하지만 이 행위는 뜻밖에도 그를 열병이라는 속죄에 빠뜨리고 `인류와의 단절감`에 괴로워하는 비참한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결과를 낳고만다. 라스콜리니코프는 민감한 예심판사 포르피리가 대는 혐의에 대해서는 논리적으로 맞서나가면서도 죄의식의 중압에 견딜 수 없게 되자 자기 희생과 고뇌를 견디며 살아가는 `거룩한 창부` 소냐를 찾아 고백을 하게 되는데….

연극 `죄와벌`은 방대한 분량의 원작을 함축적으로 요약해 라스콜리니코프의 양심의 변화를 심리극 형식으로 보여주는데 주력한다.

인간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죄의식과 이런 죄를 의식하지 못하고 죄를 범하는 인간들에게 깨달음을 주는 연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라스콜리니코프가 고뇌 속에서 깨닫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삶의 이유가 사랑이라면 그 한 단어만으로 생명의 샘이 충분히 넘치지 않을까?" 라는 그의 말 속에 깨달음의 의미가 담겨있다. 조금 시시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인간을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사랑`인 것이다.

라스콜리니코프와 소냐를 죄와 죄보다 더 가혹한 현실 속에서 새롭게 태어나도록 해주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랑이다. 자신을 끝까지 믿고 기다려주는 소냐의 모습을 통해 라스콜리니코프는 세상은 단순히 이성만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되고 라스콜리니코프의 변화를 바라보며 소냐도 세상을 이겨낼 수 있는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이 둘 사이를 법과 사람들이 가로막아 결국 라스콜리니코프는 다음 생에서 소냐를 다시 만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지만 참된 사랑의 힘은 그 무엇으로도 대신 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며 연극은 끝을 맺는다. 그 과정에서 소냐가 라스콜리니코프에게 건네는 말은 깊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지금 즉시 광장으로 나가서 먼저 당신이 더럽힌 대지에 절을 하고 입을 맞추세요. 그 다음 온 세상을 향해 절을 하고 소리내 모든 사람들에게 말하세요. 그러면 하느님께서 또 다시 당신에게 생명을 보내주실거예요." 평일 오후 7시 30분, 주말 오후 4시. 전석 3만 원. 문의=극단 금강 ☎ 042(226)6741. 최신웅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