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 사랑의 고수가 되다(이하준 지음)=많은 사람들은 사랑이 누구나 겪게 되는 즐거운 감정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독일의 정신분석학자 에리히 프롬은 자신의 저서 '사랑의 기술'에서 삶·사랑은 결국 기술이라고 말한다. 책은 사회사상에 바탕을 둔 프롬의 사랑관을 담아냈다. 특히 인간이 사랑을 할 수밖에 없는 근원적이고 실존적인 상황을 검토한다. 작가는 인간의 고독, 첫눈에 반하는 사랑, 희생을 요구하는 사랑 등의 주제를 주인공 현우와 유진을 통해 그려낸다. 책은 현대인이 불안과 외로움을 떨치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랑의 '사회학적 단상', 사랑을 교환으로 생각하는 '사랑의 경제학' 현상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탐·192쪽·1만원

△욕망하는 집(박규상 지음)=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영화·애니메이션 속의 집과 공간은 인간의 욕망이 담겨있는 곳으로 그려진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집, 방, 건물, 도시 등의 공간은 어디까지나 배경이나 무대 장치의 일종이기 때문에 작품의 주제를 뚜렷하게 전달해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공간은 짧은 시간에 주인공의 성격, 영화의 분위기, 전달하려는 주제 등을 관객에게 보여 주기 위한 효과적인 매체이기도 하다. 책은 인간의 '욕망'에 주목해 집과 인간의 심리 관계를 살폈다. 저자는 창문-통로-벽장-계단-집-도시 순으로 시선을 옮기며 그 속에 숨은 욕망의 심리를 보여 준다. 서해문집·288쪽·1만4900원

△저잣거리에서 만난 단원(한해영 지음)=단원 김홍도는 중인 출신으로 궁중화원이 되고 연풍 지역 현감 자리까지 올랐지만 한순간에 파면돼 불우한 말년을 보냈다. 그가 언제 세상을 떠났는지는 아직까지 어느 기록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저자는 우리가 알던 화가 단원에 대한 사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의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에 주목한다. 특히 사라진 기록을 상상력으로 채워 단원이 남긴 그림들에서 단서를 찾아 그의 정체를 밝힌다. 책은 단원을 잘 모르는 독자들에게 그의 행적과 그림에 대한 이해를 돕고, 이미 알고 있는 독자들에게 그림을 새롭게 보는 재미를 더해 준다. 시공아트·260쪽·1만5000원

△뉴턴의 무정한 세계(정인경 지음)=서양 근대과학을 상징하는 뉴턴은 고전역학의 창시자로, 과학사에서 첫 손에 꼽히는 천재이자 과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혁명적 인물이다. 뉴턴은 세계가 무정한 기계와 같이 법칙에 따라 작동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신만이 알고 있다고 여겼던 세계가 뉴턴에 의해 예측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인간이 세계의 원리를 알아냈다는 자신감은 유럽을 근대사회로 변화시켰다. 책은 과학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과학과 인문학의 융합, 한국 과학사와 서양 과학사의 융합을 시도했다. 이를 통해 뉴턴과 다윈의 과학을 왜 공부해야 하는지를 우리 역사에서 찾고, 과학의 중요성과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돌베개·280쪽·1만 4000원

△대가의 조언(존해먼드, 랄프키니, 하워드 라이파 지음·조철선 옮김)=현대 의사 결정 이론의 체계를 정립한 세 명의 대가가 개발한 선택의 기술을 설명한 책. 저자들은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가 너무 이론적으로만 소개돼 사람들이 활용하기 어려웠다고 반성한다. 이들은 현대 의사 결정 연구는 나날이 발전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의사 결정 연구 결과가 너무 이론적으로만 소개됐기 때문이다. 책은 의사 결정 연구의 정수가 담긴 8단계 선택의 기술을 다양한 사례와 함께 제시하고 있다. 전략시티·330쪽·1만 7000원

△협동과 연대의 인문학(김창진 외 지음)=우리는 협동조합이 사회·경제 정책으로 정착되고 민간 부문에서도 활성화 돼야 한다고 인식한다. 하지만 자기완결성을 갖고 성숙하게 운영될 것이라고 확답을 내리지는 못한다. 법적·행정적 지원을 바라는 방향으로 흘러 운영 주체가 민간이 아닌 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이다. 책은 폭 넓은 연대의 가치, 협동의 사회경제에 관한 사상의 전개 과정, 자본주의사회에서 협동조합의 위상 등을 다룬다. 그리고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이 협동과 연대의 소중한 산물임을 보여준다. 가을의 아침·256쪽·1만 5000원

△나무집 예찬(김병종 글·김남식 사진)=한국을 대표하는 화가가 20년간 마음 속에만 그리다 짓게 된 집에 대해 쓴 책. 하지만 집을 잘 짓는 법이나 집을 잘 꾸미는 방법 등을 담고 있지는 않다. 대신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으로 작은 나무 집 한 채를 쌓아 올리는 과정, 그렇게 지어진 집의 툇마루에 앉았을 때 느낀 작은 행복을 이야기한다. 책은 가을과 겨울, 그리고 봄으로 이어지는 계절을, 그리고 아침에서 새벽까지 이어지는 동안 시시각각 변하는 작은 한옥의 표정을 담아냈다. 작가는 한옥에 살기를 꿈꾸지 않는다 해도 쉬어가고픈 이들에게 '시간을 늘려' 살아볼 것을 권유한다. 열림원·224쪽·1만 4000원

△교육과 정치로 본 프랑스사(이영림, 민유기 외 지음)=프랑스의 교육은 중세시대부터 학생들이 특수한 사회적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사고에 지배됐다. 교육의 기회는 소수에게만 주어졌으며 대다수 농민은 교육받지 못한 채 문맹의 바다에 갇혀 지냈다. 저자들은 프랑스의 정치 변화 과정에서 교육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이후 어떻게 바뀌었는 지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 책은 프랑스와 서양사에 있어서 정치와 교육의 상관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를 위해 중세 말과 구체제의 교육과 정치, 혁명기와 19세기의 초등교육 개혁과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교육 변화를 고찰했다. 서해문집·368쪽·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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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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