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가난 등 이유 대전 1000명 길거리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자신이 없어요."

9일 오전 대전 서구 갈마동의 한 원룸. 담배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15살쯤으로 보이는 청소년 2명이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었다.

집을 나온지 5개월쯤 됐다는 김정식(15·가명)군은 "낮에는 게임을 하고 밤에는 알바를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군과 함께 있던 장민수(15·가명)군도 역시 가출청소년. 장군은 대전이 아닌 경기도 수원에서 내려왔다. 이들은 서로 인터넷 게임 등으로 만나 대전에서 같이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군은 "원룸은 함께 지내는 형이 빌려놓은 것"이라며 "종종 집 나온 친구들을 만나 이곳에 와서 지내곤 한다"고 말했다. 김군과 장군 모두 학교를 1년여 전에 그만 둔 상태.

김군은 "처음에 한 두달은 집에 들어갔다 다시 나오기를 반복했다"며 "하지만 아버지한테 반죽음 당할 정도로 맞고 다시 내쫓기다시피 도망쳐 나왔다"고 전했다.

김군과 달리 장군은 "부모님이 계시지않아 할머니와 지내다 가출을 하게 됐다"며 "집에 돈도 없고 학교는 다니기 싫고 그래서 돈이나 벌어보자는 마음에 집에서 나오기로 결심했다"고 자신의 가출 동기를 설명했다.

실제 대전청소년드롭인센터에서 집계한 대전지역에서 가출을 경험한 위기청소년 수는 2만여 명. 이들 중 장기적으로 가출을 해 집과 연락이 끊긴 청소년들이 1000여 명 이상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장기 가출청소년들은 겨울이 오면 거처할 곳이 없어 하루하루 찜질방이나 PC방을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게 드롭인센터의 설명이다.

김군도 역시 "가출 당시 갖고 나온 돈은 이미 다 쓴지 오래고, 밤마다 택배일이나 편의점 알바 등을 하기도 하지만 나이가 어리다 보니 받아주는 곳이 많지 않았다"고 전했다.

장군은 "처음에는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할머니께 너무 죄송하기도 하고 마땅히 집에 들어가도 똑같은 생활의 반복이 될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이들은 당장 힘겨운 상황을 헤쳐나가기도 벅찬 상태다. 전문가들은 대다수 가출청소년들의 경우 무조건 집으로 돌려보내도 다시 집을 뛰쳐 나오기 때문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상담과 교육을 통해 올바른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전청소년드롭인센터는 가출팸지원사업을 통해 겨울철 장기 가출청소년들에게 생필품이나 식품을 지원해주고 진로상담, 경제교육, 성교육, 부모상담 등을 실시하고 있다.

조정완 대전청소년드롭인센터 상담원은 "무조건적인 집으로 돌려보내기 보다는 아이들의 가출경로에 맞춰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이 아이들도 사회에서 품어줘야 하는 소중한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이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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