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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사랑 '새로운 詩 정신' 전파… 사회 치유의 길 제시"

2014-12-10기사 편집 2014-12-10 05:58:45     

대전일보 > 사람들 >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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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지 '시와 정신' 통권 50호 편집주간 김완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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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가을 대전 문학계에 '새로운 시 정신'을 슬로건으로 내건 계간지 '시와정신'이 창간한다. 그로부터 12년 후 2014년 겨울호를 통해 통권 50호를 발행하게 된다. 지역에서 계간지가 통권 50호를 발행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진지하고도 치열한 시정신의 모색을 통해 삶의 주변으로 밀려나는 시의 위상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에 노력한 '시와정신'의 흔적은 결코 가볍지 않다. 약 70여 명의 신인작가 배출과 2800여 편의 신작시 발표, 150여 평의 문학비평 등 대전문학이 지역성의 굴레에서 벗어나 보편성을 획득하는데 누구보다 크게 기여했다. '시와정신'이 대전문학의 중추로 자리잡는데 처음부터 노력한 이가 바로 김완하 시인이다. 창간부터 현재까지 편집주간으로서 '시와정신'을 이끌어 가고 있는 김 시인을 만나 그동안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시와정신' 통권 50호 발행 및 창간 12주년의 의미와 소회는.

"'시와정신' 통권 50호 발행을 앞두고 내 문학이 함께 했던 순간들의 의미를 깊이 돌아보게 되는데 창간을 준비하던 순간들을 돌아보면 실로 감회가 크다. 한 지역에서 문예지를 낸다는 것이 그리 쉽지 만은 않은 때에 뜻을 공감하는 주변의 몇 사람들과 함께 구상하고 아이디어를 모으면서 먼저 '시'와 '정신'이라는 의미를 떠올렸다. 새 천년에 대한 큰 기대를 안고 21세기가 열리고 나서 어느 순간 갑자기 거품이 빠진 듯한 분위기에서 이제 새로운 시정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창간호의 머리말을 '새로운 시 정신을 위하여'라고 정했는데 '시와 정신'은 한국 사회의 제반 문제를 정신 속에서 찾고자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통권 50호 발행에 이르기까지 '시와정신'의 성과는.

"처음에 '시와정신'이 창간되고 나서는 정체성을 형성하기에 급급했다. 그런데 10여 년이 지나면서는 한국문단의 한 기둥이 되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제 우리 문학에서 어떤 의미로서라도 '시와정신'을 거론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됐다고 본다. 아울러 '시와정신'은 그동안 신인상으로 70여 명이 등단을 해 시인, 비평가, 동시 작가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점이 가장 중요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들 가운데는 벌써 작품집을 2권 이상이나 발간한 이들도 있다. 무엇보다 문인들에게는 발표의 장이 매우 중요한데, 그동안 '시와정신'은 신작시 2800여 편을 발표할 수 있는 장을 열어줬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150여 편의 비평도 발표됐다. 창간 10주년에는 이를 모아서 '한국 현대 시정신'이라는 단행본을 펴 내기도 했다. 또한 300여 권의 시집에 대한 서평도 실었다. 최근에는 미국 버클리에서 한국 문단의 소식을 알리는 '버클리 문학강좌'에 관련해 특집을 다루어 소개하고 있다."

-창간의 모토였던 '새로운 시 정신'이란 무엇인가.

"시정신은 21세기의 도구적 이성이나 도구적 세계관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백신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생명에 대한 존엄성이 사라지고 물질적 가치로 편향돼 가는 현실, 이 세계의 모든 것 들이 도구적으로 변질돼 버린 시대에 시정신은 인간의 생명과 사랑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며, 인간의 권위와 존엄을 지키려는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풀잎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는 시인들의 감성, 작은 달팽이 한 마리의 생명도 소중하게 여기려는 시인들의 마음은 자본주의 시대의 모든 제도 앞에 굴복해 버린 정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2002년 가을, 창간 당시의 대전의 문학상황은.

"1990년부터 서울에 '시와시학'이 창간되고 1992년에는 대구에서 '시와반시'가 창간되고 부산에 '시와사상', 광주에 '시와사람' 그리고 제주도에까지 계간지 '다층'이 자리를 잡은 지 3년 이상이 지나는 시점에도 대전에는 시 전문 계간지 하나가 없었다. 그것은 상대적인 빈곤을 의미하기도 했지만 다른 지역과의 연대 속에서 대전은 제외됨으로써 빈곤의 악순환을 낳기도 했다. 이것을 극복하는 일은 대전 지역에서도 계간지를 내는 일뿐이라고 생각하였다. 계간지를 내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받침이 있어야 하고 편집능력과 좋은 원고들을 모을 수 있는 역량이 필요했다. 지역에서 발행에 함께 해준 김추성 선생, 편집위원으로 참여 했던 김태현 교수, 이재무 시인, 강연호 교수, 송기한 교수 등의 노력으로 계간지를 창간할 수 있었다."

-창간 의미를 '전기뱀장어론'과 '문화의 연동작용'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시와정신을 창간할 당시에 몇 가지 캐치프레이즈와 개념을 만들어 의미를 강조하기도 했는데 그 중 하나가 '전기뱀장어론'이다. 그것은 고요한 호수에 물이 고여 있으면 썩게 되듯이 문학의 장에도 침체가 지속되면 안 된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그래서 고요한 호수에 잠든 물고기들을 깨우기 위해서 전기뱀장어 한 마리를 풀어 넣어서 자극을 줌으로써 그 호수 속의 물고기들이 살아 움직이게 하려 했던 것이다. 대전의 문학을 호수로 비유하고 '시와정신'이 전기뱀장어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리고 '문화의 연동작용'이라는 개념도 활용했다. 가령 금산 같은 작은 읍 단위가 활성화되는 것은 금산이 인삼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5일 장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5일마다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금산으로 모여들었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면서 금산이 발전해 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시와정신이 다른 지역의 문인들에게도 활동의 장을 열어줌으로써 그 분들이 대전에 와서 함께 하고 떠나는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대전의 역할이 중심으로 부상을 할 수 있다고 봤다."

-내년에 설립을 구상 중인 '시정신과학센터'가 궁금하다.

"시와정신이 이제 12년을 넘어서면서 어느 정도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와 함께 시 정신에 대한 또 다른 장의 활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시정신과학센터' 설립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2015년 3월 경에 작게라도 문을 열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은 지금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1위라 한다. 그것은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한 결과다. 매일 아침이면 접하는 뉴스에서 우리는 하루도 살인이나 자살을 접하지 않는 날이 없다. 그러한 현실에 시와 시정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 사회에 생명사랑의 운동을 확산시키기 위해서 시정신의 과학적 연구와 이를 널리 파급시키기 위한 체계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시정신과학센터'를 열려는 것이다. 최근에 우리 사회에는 시와 문학을 통한 치유에 대하 다양한 담론들이 펼쳐지고 있으나 실질적인 면에서의 성과를 담보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학적 접근을 위해서 지금 시를 쓰거나 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10여 명의 정신과 의사들과 함께 하는 연구를 구상하고 있다. 아울러 다양한 문학적 활동과 이벤트 및 문화운동을 함께 펼쳐나감으로써 우리 사회에 살아있는 시정신이 굽이치도록 하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 사회도 생명의 활력이 넘치는 세상으로 바꾸어 갈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앞으로의 문학적 구상은.

"내가 갖고 있는 시인으로서의 꿈은 무엇보다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시를 쓰는 것이다. 30대 초반에 후배 시인들과 '큰시' 동인을 결성해 활동을 해왔는데, 그때 '큰시'란 인간과 자연과 사회를 아우르는 좋은 시라고 생각했었다. 그동안 그러한 문제의식에 대해서도 생각할 겨를이 없었는데, 앞으로는 좀더 그러한 시를 쓰도록 노력할 것이다. 아울러 시와 시정신에 대한 다양한 집필활동을 하고 싶다. 최근 몇 년 사이 '대전일보'에 '김완하의 시 한편'이라는 코너를 맡아서 매주 시 한편씩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것도 그 활동의 연장이다. 그리고 저서를 통해서 시의 대중화와 시정신의 전파에 힘쓰도록 하겠다. 그것이 앞에서 언급한 '시정신과학센터' 설립과도 연관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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