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디자인(박수호 지음)='디자인'이란 말이 이렇게 흔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저자는 1983년부터 90년대 후반까지 디자인 전문 잡지의 편집주간으로 일하며 겪은 격동의 20세기 한국 디자인에 대해 풀어놓는다. 책은 '포니'와 '호돌이'의 등장에 그저 박수 치던 그 시절을 지나, 수출 위주의 성장 일로를 달리던 '한국 디자인'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돌아본다. 특히 한국 최초의 고유 모델 자동차 포니, 한국 최초의 CI였던 OB 맥주의 레이블, 삼성과 LG의 CI 변천 등을 다루며 한국 디자인의 변천사와 뒷 이야기들을 엮어냈다. 두성북스·240쪽·1만 4500원

△백인 인디언 엔젤(프랑수아 플라스 지음·공나리 옮김)=작가의 전작 '오르배 섬의 비밀'에서 보여준 묘사력이 빛을 발한 작품. 인디언과 백인의 혼혈인 프랑스계 인디언 '엔젤'의 모험을 그린 작품이다. 노예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넵튠호에 몰래 승선한 엔젤은 선원이 된 후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의 끝에 도달한다. 엔젤은 베니스의 귀족 학자인 코르바도로와 함께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은 곳, '입이 두 개 달린 괴물', '두 개의 목소리를 가진 부족'들이 사는 신비로운 곳 등을 모험한다. 작가는 두 사람을 통해 원시부족의 풍습을 서정적인 다큐멘터리처럼 다뤘다. 특히 섬세한 묘사로 판타지적인 요소에 사실감을 부여했다. 솔·288쪽·1만 4000원

△중국, 당시(唐詩)의 나라(김준연 지음)=작가는 당나라의 시를 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방학 때마다 중국 전역을 누볐다. 책은 착가가 10여 년에 걸쳐 중국 대륙을 돌아다니며 모은 시들을 소개한다. 1만 2500㎞에 달하는 이동거리, 13개 성(省)에 산재한 수십 개의 시와 현을 찾아 다니며 모은 당시 200여 수의 내력을 훑었다. 당시가 남아 있는 곳을 찾아가야 하는 까닭에 현대 중국의 지도가 아니라 당나라 시대의 지도를 챙겼을 정도. 책에 수록된 시는 답사 지역의 명승지에서 눈으로 확인이 가능한 것을 우선 선정했다. 현재 남아 있는 유적이 없을 경우 그와 관련된 잘 알려진 시를 소개했다. 궁리·652쪽·2만 8000원

△the 풀문 파티(김완준 지음)='풀문 파티'는 보름달이 뜨는 밤마다 태국의 어느 해변에서 벌어지는 광란의 축제다. 책은 실종된 약혼자를 찾으려 풀문 파티에 참석하는 주인공 '수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수임은 이라크 전에 참전해 능욕을 겪은 여자, 거식증 때문에 한국을 떠난 문신녀, 아버지의 학대를 피해 평생을 떠돌이로 살려는 남자 등 아픈 개인사를 간직한 인물들을 만난다. 이들을 만나며 자신이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차츰 실종된 약혼자를 이해하고 느끼게 된다. 작가는 여행을 모티프로 충만과 몰락, 소멸과 회귀, 희망과 절망 등 우리 삶이 지닌 양면성을 담담히 담아냈다. 북센스·296쪽·1만 3000원

△모란, 동백(이제하 지음)=1937년에 태어나 올해 희수(喜壽)를 맞은 작가는 거의 매일 페이스북에 글을 쓰고 그림을 올린다. 책은 2011년부터 최근까지 SNS에서 '페친'들과 소통해온 길고 짧은 글들을 모은 책이다. 등단 이후 57년 만의 첫 산문집이라는 점도 이채롭다. 그간 문학, 미술, 영화, 음악 등의 장르를 넘나들며 꾸준히 활동했지만, 독자에게 직접 들려주는 산문보다 상징과 비유 등을 통한 소설과 시같은 장르에 천착해온 때문이기도 하다. 작가는 책을 통해 깊은 통찰력과 폭 넓은 사유, 삶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담아냈다.

이야기가 있는 집·244쪽·1만 3800원

△위대한 지도자(라마 글렌 멀린 지음·김영로, 조원희 옮김)=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의 실질적 지도자이자 정신적 지주다. 최근 들어 티베트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달라이 라마의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졌다. 환생제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신비로운 계승 방법은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책은 달라이 라마 전승과 말씀이 생생히 담겨 있다. 특히 역대 달라이 라마들이 티베트 역사에서 담당해온 역할, 티베트 불교수행의 전승과 실천 등을 그려냈다. 저자는 달라이 라마의 삶에 대한 이야기와 역대 달라이 라마가 남긴 글과 가르침이 주는 간결하고도 함축적인 조언들을 수록했다. 민족사·452쪽·2만 3500원

△그들의 손에 총 대신 꽃을(민용근 지음)=영화감독인 저자는 군대에 다녀왔고 종교도 없다. 책은 영화감독인 저자가 병역 거부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개봉하면서 겪은 내면의 변화가 상세히 묘사돼 있다. 그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책까지 출간한 것은 영화를 만들며 자신이 경험한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에 대한 편견, 그것을 깨뜨리는 과정을 공유하고 싶어서다. 저자는 병역거부자와 관계자 한 명 한 명을 직접 만나 인터뷰한 후 그들의 진솔하고 생생한 삶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그러면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끌레마·282쪽·1만 5000원

△사지 않는 습관(가네코 유키코 지음·정지영 옮김)=책은 돈을 많이 버는 것 보다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경제불황을 겪은 경험을 예시로 든다. 그는 일과 수입이 줄어들지만 지출이 늘어나는 상황이라면, 그 누구라도 절약을 하거나 눈높이를 낮춰 쇼핑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은 '사지 않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최선임을 깨닫게 된다. 책은 지나친 절약이나 구차한 생활을 강요하지는 않지만, 쓸데없는 물건이나 일에는 지출하지 않는 습관을 길러 인생을 풍요롭게 살자고 조언한다. 올댓북스·224쪽·1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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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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