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하구, 생태복원의 길을 찾다 3 물길 열어 생명 불어넣은 시화호

 시화호 방조제가 건설돼 담수화되면서 습지지역에 맛조개가 폐사한 당시 모습. 사진=최종인 시화호지킴이 제공
시화호 방조제가 건설돼 담수화되면서 습지지역에 맛조개가 폐사한 당시 모습. 사진=최종인 시화호지킴이 제공
간척사업으로 생태계 파괴가 문제로 지적되자 해수유통을 통해 개선한 사례는 비단 네덜란드 만이 아니다. 이미 국내에서도 일명 '죽음의 호수'라 불리며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경기도 안산·시흥·화성지역의 시화호도 담수를 포기하고 갑문을 개방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대규모 공단조성으로 지역경제 발전을 선도하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이 악취와 물고기 대량 폐사 등 부작용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생태계의 파괴가 결국 인간의 삶에까지 악영향을 미치자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길을 터 놓는 작업만으로 생태계는 자생적으로 복원되는 성과를 거두며 해수유통의 효과를 실감할 수 있었던 시화호는 점차 생태 체험 명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바닷물이 막히자 어민 생계도 막혔다="가까운 갯벌에 나가 조개 캐다 팔고 그랬는데 방조제로 막히면서 갯벌이 죽어가니 생계유지도 어려워 다들 떠났지요."

경기도 안산시, 시흥시, 화성시에 둘러싸인 시화호는 지난 1987년 4월부터 방조제가 건설되면서 형성됐다. 시화지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간척사업은 수도권 지역에 밀집된 인구를 분산시키고 공업용지 확보, 농지조성, 농업용수를 확보한다는 목적으로 실시됐다.

마침내 1994년 완공된 시화호 방조제. 하지만 방조제가 완공되자 본격적인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방조제가 연결된 대부도에는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어민들이 다수 있었고 갯벌은 그들의 생계유지에 중요한 터전이었다.

맛조개와 바지락 등 어패류부터 기수역을 찾는 어류들까지 풍부했던 어종자원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 것. 담수로 인해 하천 상류지역에 위치한 축산농가와 공단에서 흘러나오는 오물과 폐수, 여기에 생활폐수까지 시화호 방조제에 가로막혀 그대로 축적되자 수생태계는 파괴됐다. 갯벌에 서식하던 어폐류들은 하얗게 말라버린 채 집단 폐사했고 악취까지 발생시키면서 죽음의 호수로 변화했다.

대부도 지역 어민들은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빼앗기게 되면서 어업을 포기하고 농업으로 전환하거나 아예 수도권으로 떠나버렸다.

당시 안산환경운동연합 환경 감시단으로 있었던 최종인 안산시 환경정책과 시화호지킴이는 "간척을 통해 농지를 만들고 공단을 유치해 발전시키겠다는 희망에 주민들은 시화지구개발사업을 반겼었다"며 "막상 방조제가 건설되고 부작용이 발생하자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졌으며 일부 주민들은 수십년을 살아온 터전을 떠나버렸다"고 말했다.

◇심폐 소생술과 같던 해수유통=시화호 담수화에 따른 부작용이 어종자원 대규모 폐사 등 충격적인 모습으로 나타나면서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이 설득력을 얻었다.

생태계 파괴 현장이 눈으로 목격되자 시화지구개발사업이 기존 담수화 방향에서 해수유통으로 선회했다. 수질개선대책 초기에는 배수갑문을 열고 해수유통을 시험적으로 실시했다.

수질변화를 확인하겠다는 절차였던 것. 1997년 해수유통이 시험적으로 이뤄지자 생태계의 복원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됐다.

담수화로 어패류가 집단 폐사해 죽은 것으로 알고 있던 갯벌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먹이가 없어 찾아볼 수 없었던 갈매기와 검은머리물떼새 등 철새들이 돌아오는 것이 눈에 띄었다.

최종인 씨는 "해수유통이 시험적으로 실시된 이후 어느날 찾아가보니 갈매기와 검은머리물떼새가 무엇인가를 먹고 있었다"며 "방조제 인근에 비좁게 형성된 갯벌에서 바지락을 물고 속살을 파먹는 모습을 보면서 드디어 시화호가 살아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해수유통이 가시적 성과를 거두면서 1998년 갑문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했으며 2000년 정부는 비로소 시화호의 담수화를 공식 포기하고 해수호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선언하게 됐다.

이에 따라 시화호에는 해마다 해수가 3억8000만t이 유입되고 있으며 하루평균 3000만t의 해수유통이 이뤄지게 된다.

해수유통으로 인해 당초 농업용수로 사용하려던 시화호의 기능은 포기됐고 농림부는 인근 농민들을 위해 별도의 용수원 확보 사업을 벌이는 대안을 마련하면서 지역의 공감대를 이뤄냈다.

◇모두가 행복한 시화호로 탈바꿈=환경전문가들은 생태계가 파괴됐던 시화호의 복원이 20년이 지나야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화호 방조제 공사 20년이 지난 현재 생태계는 본연의 모습을 완전히 되찾았다. 올해 9월부터 날아들기 시작한 철새는 최근 20년 중 가장 많은 개체수가 시화호 인근에 둥지를 틀었다. 3만여 마리로 추산된 철새들 중에는 천연기념물 큰 고니부터 다양한 조류가 관찰되고 있다.

이처럼 시화호가 생명의 호수로 탈바꿈한데에는 정부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연안통합관리에 나섰기 때문이다. 해수유통으로 생태계가 복원되면서 지난 2001년 '시화호종합관리계획'을 수립, 본격적인 생태계 복원 작업 및 생태학습장으로 변모시켜나간 것이다.

이와 함께 연안오염총량관리제를 도입, 환경기초시설 운영, 산업단지 폐수관리 등 오염부하 저감 노력 등에도 주력하고 있다. 특히 2011년 준공된 조력발전소는 해수유통을 활성화 시켜 수질개선과 함께 친환경 대체에너지 확보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썰물에는 시화호 내부 물을 바다로 빼내고 밀물에는 새로운 바닷물을 받아들이면서 낙차를 이용해 전력을 얻고 있다. 조력발전을 통해 얻어진 전력은 인근 주민들과 수도권에 공급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력발전소 설치로 해수의 흐름이 변화돼 추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지만 상류까지 해수가 유통되는 효과로 과거보다 생태계 복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주민들의 합의와 정부기관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시화호의 생태계가 복원되고 있는 만큼, 시화호 해수유통 과정은 연안 및 하구생태복원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충남도에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종인 시화호지킴이는 "정부기관의 간척사업이든 역간척 사업이든 반대하는 목소리는 분명히 나올 수 있다"며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정부기관은 주민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충분한 이해를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각종 개발과 지구 온난화 등으로 생물들이 사라지면서 천연기념물 지정 등 정부가 노력하고 있는데 보호에 앞서 사라지는 생물종이 살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주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말했다. 김석모 기자

※이 기사는 충남도 지역미디어발전위원회 지역언론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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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화호 방조제가 생태계 파괴 요인으로 지적되면서 배수갑문이 상시개방으로 전환됐으며 조력발전소도 설치돼 상류까지 해수가 원활히 유입됐다. 이에 따라 시화호의 생태계가 살아났고 수질도 개선되는 효과를 거뒀다. 사진=최종인 시화호지킴이 제공
시화호 방조제가 생태계 파괴 요인으로 지적되면서 배수갑문이 상시개방으로 전환됐으며 조력발전소도 설치돼 상류까지 해수가 원활히 유입됐다. 이에 따라 시화호의 생태계가 살아났고 수질도 개선되는 효과를 거뒀다. 사진=최종인 시화호지킴이 제공

김석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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