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부론 저자 애덤 스미스 모두가 잘사는 방법 고민 조직간 진정성 있는 태도 서로에게 윈-윈 관계 구축 "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에서 가장 많이 인용한 책이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라는 사실은 참 흥미로운 일이다. 국부론은 시장경제가 돌아가는 원동력을 돈을 벌고 싶은 '인간의 이기심'이라고 보고, 가격을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경제를 돌아가게 만든다는 것인데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인간의 이기심'과 '보이지 않는 손'만을 되풀이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애덤 스미스는 개인의 경제적 이기심은 사회의 도덕적 한계 내에서만 허용된다고 분명히 못박고 있다. 사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 끊임없이 관심을 둔 주제는 '어떻게 하면 모두가 잘살 수 있을까'라는 것이었다.

1970년대 자본주의의 변화와 세계화로 나타난 대량실업과 복지국가의 재정부담 등 사회적 위기에 대한 대응이 화두가 되었고, 1980년 프랑스에서 '사회적경제 헌장'이 발표되면서 사회적경제라는 개념이 부활했다. 또한 EU 통합 과정에서 사회문제의 해결 방안으로서 사회적경제 개념이 삽입되었다. 시장이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줄 알았는데 실패하고, 정부가 나서서 잘해보려 했으나 실패했으니 이제는 비영리 조직이 그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따라서 사회적경제는 시장과 정부 그리고 시민사회가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는 것이 필수적인 요소로 등장하는 것이다.

협력은 어떤 일이나 과업을 둘 이상의 사람이나 조직이 함께할 때 더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올 가능성이 분명할 경우 선택하는 행위이다. 그러나 상대방과 함께하는 것이 어떤 이유로든 부담스럽거나 내가 혼자 하는 것보다 더 못한 결과를 가지고 올 것 같다는 판단이 들 때는 협력이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공공의 영역이 시민사회와 함께 어떤 일을 추진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그 역사가 일천하다. 불과 10여 년 정도라고 생각된다. 특히 지방으로 갈수록 민관 협력은 더욱 어려워진다. 왜 그럴까? 서로 함께하는 일, 또 그렇게 해본 경험이 없어 어색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관은 그 조직의 역사가 대한민국 건국의 역사와 함께하지만 시민사회는 그 힘이 조직화되고 활성화된 시기는 길게 잡아야 30년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서로 힘을 합하는 것이 내게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억측일까? 거기에다 시장의 영역까지 함께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연대와 협력, 상생이라는 것은 그냥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서로가 노력해야 가능해지는 일이다. 적과의 동침이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서로를 도우려는 마음으로 임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내게 필요한 것을 상대방으로부터 획득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연대와 협력을 이야기한다면 지나친 비약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연대와 협력이 아니라 사기꾼이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사기를 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한 복지운동단체에서 사회복지 현장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지역복지 거버넌스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요인을 설문조사한 결과는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설문 결과 민관협치, 거버넌스 활성화에 있어서 필요한 것은 자치단체장의 거버넌스에 대한 의지가 1순위로 선정되었고, 사회복지기관·시민사회의 역량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2순위, 행정기관의 개방성과 제도적 기반 마련이 3순위로 선정되었다. 민관협력에 있어서 자치단체장의 의지는 재론할 여지가 없이 중요한 요인이겠으나 시민사회의 역량 강화를 버금가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은 것은 시민사회 스스로의 성찰에 의한 결과로 생각해 볼 수 있으며,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필요하다는 것의 반증일 것이다.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위해서는 시민사회 쪽의 역량, 즉 시민사회의 창의성과 전문성, 헌신성 등 민간의 장점을 살려서 공공의 영역에서도 시민사회와 함께 협력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사회적경제 현장에서는 특별히 시장의 영역과 지방정부, 그리고 시민사회의 연대와 협력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부수적인 것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해야만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필수적인 것이기에 그 중요성은 더욱 간절하다. 이윤기 충남사회경제 네트워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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