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농협중앙회 검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다. 농협에 대한 검사 배경은 고객의 계좌에서 누군가에 의해 1억2300만 원이 이른바 대포통장으로 빼돌려졌는데도 지난 다섯 달 동안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과 농협이 조사를 해봤지만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는 해명에서 여태 진전된 게 없다. 거액의 돈은 사라졌는데 원인은 불명이라니, 지켜보는 대전과 충청권의 농협 고객들은 내 돈도 털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전남 광양에 사는 문제의 계좌 예금주 이모 씨(50)는 1억2300만 원이 인출되는 동안 돈을 찾으려는 아무런 시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농협은 조사결과 농협 전산망에서 아무런 허점이 밝혀지지 않았고, 예금주의 개인정보 역시 유출된 흔적이 없다는 해명만 하고 있다. 귀신이 곡할 일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건 지난 6월 26일부터 사흘간 모두 41차례 텔레뱅킹을 이용해 300만 원씩 15개의 대포통장으로 돈이 옮겨졌다는 것이다. 다만 이씨가 사건이 나기 전 휴대전화 텔레뱅킹을 비교적 애용했으며, 누군가가 이씨의 아이디로 농협 홈페이지에 접속한 흔적이 있고 IP 추적 결과 접속지가 중국 지린성이라는 사실은 확인됐다고 한다. 문제의 IP는 과거 다른 시중은행 해킹 시도에 사용된 적이 있어서, 시중은행들은 이 IP를 포함한 대역들이 자체 전산망에 아예 접속할 수 없도록 차단 조치를 했는데도 농협은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전남 광양의 이씨 외에 농협 계좌에서 모르는 사이에 돈이 빠져나갔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50여명에 달한다는 보도가 뒤따르고 있다. 총 수억 원이 털렸다는 50여명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농협 전산망의 보안이 범죄자들의 정교한 수법을 막지 못하는 건 아닌가 하는 추정까지 할 수 있다. 농협은 농협의 과실이 확인될 때만 보상할 수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런 태도는 영 미덥지 않게 느껴진다.

금융감독원이 검사에 들어갔으니 조만간 원인이 밝혀지리라 믿는다. 문제는 이런 일이 빈발하면 농협을 믿지 못하는 불신이 점점 확산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농협에서 발급된 대포통장이 유독 많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따가운 눈총을 이미 받은 바 있지 않은가. 농협은 금감원 검사에 관계없이 고객의 돈을 지키기 위한 온갖 노력을 다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불신에 찬 고객들이 줄줄이 발길을 돌릴 테고, 그러면 은행으로서 존립할 수나 있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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