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브, 영국식 잉여유발사건 오언 존스 지음·이세영 안병률 옮김 북인더갭·428쪽·1만7500원
'둘 다 저항할 힘이 없는 어린 여자아이였으며 또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마들렌은 침대에서 잠을 자다가 실종됐고 섀넌은 수영강좌를 듣고 오던 중 사라졌다. 두 경우 모두 사랑하는 딸의 장난감을 움켜쥐고 안전한 귀환을 간구하는, 거의 넋이 나간 어머니들의 눈물겨운 모습이 텔레비전으로 방송됐다.' (책 23쪽)
영국 전체가 들썩였던 이 사건에서 특이한 점은 정치와 언론의 행태였다. 실종 사건을 보도하는 카메라와 사진 구도는 비슷했지만 보도 내용은 천양지차였다. 마들렌 사건이 터지자 영국 언론은 1148건이나 되는 기사를 쏟아냈다. 260만 파운드의 거액 현상금도 걸렸다. 의회 의원들은 노란 리본을 달고 마들렌을 기다렸다.
그러나 섀넌 사건에서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영국 언론은 섀넌 사건에서 가까스로 300건 넘는 기사만 생산했을 뿐이었다. 현상금 역시 마들렌보다 50배나 적었으며 노란 리본을 단 정치인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다 섀넌 실종사건이 그의 엄마와 동거남이 거액의 현상금을 노려 꾸며낸 사건이라는 점이 밝혀지면서 불똥은 지역의 하층민인 차브들에게로 튀었다. 기자들과 정치인들은 이 지역민들을 인간 이하의 '복지 식객'으로 사납게 몰았다.
'차브'는 폭력, 게으름, 청소년 임신, 인종주의, 주정같은 노동계급의 부정적인 특징과 연결된다. 노동당 연구원과 노동조합 활동의 이력을 지닌 저자 오언 존스는 2011년 영국 하층계의 현실을 파헤친 차브를 펴내 국제적 조명을 받았다. 사회의 폐부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존스의 펜은 불평등 현상이 결코 영국에 뒤지지 않는 한국 사회에도 경종을 울린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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