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전 잔혹史 김성환·이승준 지음·철수와영희·252쪽·1만5000원

일본의 원전사고 등을 통해 원전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시점이다. 원전이 지니고 있는 사회적인 문제는 국민의 생존권과도 직결되는 만큼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일반 국민이 원전에 대한 문제점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한국 원전 잔혹사는 탈원전을 통해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됐다. 현직 언론인 김성환, 이승준 기자가 지난 2년간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을 출입하고 중국, 대만 등의 원전을 취재하면서 느낀 한국 원자력산업의 성장 과정과 한국 원전의 문제 등에 대한 기록이다.

이 책은 전문성과 특수성이라는 철갑을 두른 채 원전 안전 신화를 지키려고 비판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원전 마피아의 전횡과 비리를 고발한다.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할 뿐 아니라 과학적 사실까지 서슴없이 왜곡하며 자기들의 이익 확대만을 꾀해온 원전 마피아의 이권 구조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있다. 나아가 원전으로 고통 받고 있는 하청 노동자 및 지역 주민 등 사회적 약자까지 본격적으로 조명한다.

탈원전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그리고 원전을 둘러싼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과 대만의 이야기를 통해 탈원전이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닌 국제적인 문제임을 지적한다. 한국 사회가, 그리고 동아시아가 원전으로부터 안전한 공동체를 꾸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저자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 경험했듯이 한 번의 사고로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원전을 원전 마피아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고 강조한다. 원자력에 대한 사회의 감시와 통제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원전을 운영하는 집단은 외부의 감시와 통제가 없을 때는 썩어갈 수밖에 없고 그 결과는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원전 잔혹사는 총 5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2012년 고리 1호기 정전 은폐 사건과 이어지는 원전 비리, 그리고 그 중심에 서 있던 김종신 전 한수원 사장의 이야기를 담았다. 2부에서는 한수원이라는 조직과 이른바 원자력계를 구조적으로 들여다본다. 한수원에서 시작하는 업계의 하청구조, 조직문화, 그리고 이른바 원전 마피아 또는 핵 마피아가 생겨나는 과정에 주목했다. 3부에서는 한수원과 그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4부에서는 원자력을 둘러싼 경제·산업적 이해관계를 분석하고 원전산업을 통해 누가 이득을 보는지를 추적했다. 5부에서는 에너지로서 원자력의 미래를 그렸다.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 원전 잔혹사에 대한 추천사를 통해 "저자들은 현장 취재를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할 뿐 아니라 과학적 사실까지 서슴없이 왜곡하며 자기들의 이익 확대만을 꾀해온 핵 마피아의 이권 구조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있다"면서 "현재의 사회구조라면 핵발전소 사고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니며 오히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싸고 깨끗한 에너지라는 핵 마피아의 홍보가 방송과 신문 지면에 넘치는 가운데 핵발전소로 고통받는 하청 노동자 및 지역 주민 등 사회적 약자까지 본격적으로 조명한다"고 전했다.

'2012년 2월 고리원전 1호기 정전 은폐 사고가 인적 오류와 안전 불감증 때문이었다면 같은 해 드러난 원전 부품 납품에 얽힌 일련의 사건들은 그 배경에 돈이 자리 잡고 있었다. 부정부패, 비리, 안전 불감증…. 한수원의 30여 년 역사 동안 쌓인 문제들이 양파껍질처럼 벗겨도 벗겨도 계속 터져 나왔다. 승부 조작은 해당 선수를 퇴출시키면 그만이다. 피해자도 많지 않다. 하지만 원자력은 다르다. 원전은 수백만 개의 부품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돌아가는 거대한 시스템이다. 부품 하나에 수십, 수백만 명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이 책의 본문에 게재 된 글이다. 미래 세대들에게 지속 가능하고 안전한 사회를 물려주고자 고민하는 시민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강대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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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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