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당기기', '줄땡기기', '줄끗기' 등 부르는 명칭도 다양한 줄다리기는 각 지역의 지리생태적 환경과 생업의 속성에 따라 줄의 재료로 칡과 삼, 볏짚 등이 사용되었다.

줄의 규모와 지리적 여건에 맞추어 줄을 당기는 공간이 결정되는데 내륙지역에서는 넓은 논밭이나 큰길에서, 소규모일 경우에는 골목에서도 가능하다. 해안지역에서는 백사장에서 줄을 당기는 등 공동체 삶의 공간에서 열리는 개방적 형태를 띤다. 공간의 개방성은 참여자의 개방성으로 확장되어 남녀노소가 차별 없이 참여하여 대동(大同)을 경험하는 데까지 이른다. 줄다리기의 '줄'은 '용'으로 상징되고, 남녀별로 편을 구성하는 지역에서는 여성편의 압도적 우위를 통해 풍요다산을 주술 종교적으로 보장해 준다. '함께 줄을 당긴다'는 것 이외에 어떤 차별적 가치도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한편 아이들은 그들을 위해 전용으로 제작된 '애기줄', 또는 '골목줄'을 제작하고 당기는 경험을 통해 공동체가 요구하는 공동체적 삶의 덕목을 체득하며, 훗날 큰 줄당기기의 주체가 됨으로써 줄다리기의 자연스러운 전승력을 보장할 수 있었다.

줄다리기는 대체로 마을 신에게 올리는 제사 당일 또는 제사 다음 날이나 며칠이 지난 후에 시작된다. 줄만들기, 줄굿, 마을돌기, 줄당기기, 제사, 뒤풀이 등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며 그 과정이 매우 유기적이다. 줄을 함께 당기는 행위 자체도 중요하지만 줄을 만들 수 있도록 집집마다 짚을 내어주고 함께 만드는 과정을 통해 공동체의 염원을 공유하고 귀속감을 주는 사회문화적 측면도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줄다리기는 우리나라를 위시하여 아시아의 수도작 문화권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우리나라의 주도하에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이 협력하여 공동으로 줄다리기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으로 신청하였다. 아울러 국내적으로는 줄다리기를 전승하기 위해 노력하는 국가와 시도의 줄다리기 보존회(기지시줄다리기, 영산줄다리기, 삼척기줄다리기, 감내게줄당기기, 의령큰줄땡기기, 남해선구줄끗기)가 상호간의 결속과 지역 공동체와의 소통 활성화를 위해 함께 고민하며 방안 모색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에서 강조하는 무형유산 보호를 위한 공동체의 적극적인 참여와 의지의 발현이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황경순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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