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배 논설위원
나병배 논설위원
지난 주초 국회 담당 기자들과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조우한다. 누군가가 차기 총리 내정설 얘기를 꺼낸다. 물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 원내대표가 즉각 되받는다. "누가 그런 소리를 하냐"며 일축한다. 그런 뒤 재차 쐐기를 박는다. "감 떨어지는 소리"라고.

압권은 `감 떨어지는 소리`라는 이 원내대표 반응이다. 이 표현은 대개 본질을 비켜간 질문을 받았을 때나 현재 상황이 내·외부 환경이랑 어울리지 않을 때 동원되는 수사법이다. 강한 부정의 정서가 실리는 상황에서 구사되면 효과가 배가된다. 상대를 봉변 주려기보다는 화자 자신의 처지에 대한 공감과 동의를 호소하는 대중의 언어인 까닭이다. 적절한 타이밍에 관용구 비슷하게 굳어져온 이 표현을 동원해도 뒤끝이 남지 않는다. `감 떨어지는 소리`는 고작 일곱 음절이다. 시·청각 효과를 수반하면서 입에 달라붙어 어감도 유쾌하다.

이 원내대표를 염두에 둔 총리설은 `정설(定說)`이다. 정설은 통용되는 학설이나 이론 가운데 비교우위에 있음을 뜻한다. 이런 정설은 이설(異說)에 대항한다. 정치에서의 어떤 정설은 미구에 그런 상황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믿음에 근거한다. 그리고 상황과 구도 면에서 정설이 들어맞을 개연성이 높아 보이면 전망과 예측 심리를 강화한다.

이 원내대표를 상정한 총리설이 회자되고 있지만 적중할지는 누구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완구 총리 카드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현실은 유의미한 징표라 할 수 있다. 몇 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그는 원조 친박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정확히는 친박·비박 혹은 친이(친이명박) 등의 가름과는 상관없는 영역에 있던 인물이다. 현실정치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호흡을 맞출 시·공간이 주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원내대표는 전 정부 시절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하며 충남지사직을 던지는 승부수를 띄웠다. 충청인의 여망을 왜곡시키는 현재권력을 상대로 행동으로써 부동의했다. 그때 거사는 당시 차기권력이었던 박 대통령의 세종시 원안고수 의지와 시너지 효과를 냈다. 그는 충남 부여·청양의 작년 4월 재선거를 통해 여당에 귀환했고 1년 만인 지난 5월 원내대표직에 올랐다.

이 원내대표 입지는 자기헌신과 외부의 우호적인 환경과 조건이 더해져 점점 단단해지고 있다. 우선 원내사령탑으로서 소임을 무난하게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최대 난제였던 세월호법을 타결지었고 정기국회 정국인 지금은 새해 예산안 법정시한 처리, 누리과정 예산 편성 문제, 법인세 인상 문제 등 민감한 현안들을 지배하며 전위에서 뛰고 있다.

충청 출신이라는 점도 호의적인 조건이다. 일반적인 분석 틀로 볼 때 충청권은 큰 선거에서 캐스팅보터라는 독특한 위상을 독점한다. 2016년 4월 총선은 이듬해 대선의 전초전이다. 충청표심 전략이 대두될 것이고 게다가 다음 총선에서는 선거구 증설이 유력해 권역 비중이 커진다. 충청권 표 확장성을 감안할 때 그는 유효한 와일드카드일 수 있다.

내각에 들어간 여당 현역 의원으로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우여 교육·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등 3명이 있다. 최 부총리는 이 원내대표 전임이다. 이 원내대표(행시 15회) 행시 후배(행시 22회)다. 당 대표 2년을 한 황 장관은 이 원내대표의 15대 총선 동기다. 이 같은 내각 그림에 `이완구 총리`를 대입해도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이 원내대표에 대한 정치권의 흥미있는 네이밍이 있다. 아이돌 댄스 가수 그룹 이름인 2PM이다. 누가 고안했는지 절묘하다. 이(숫자 2)에 총리 영문 약칭인 PM을 결합했다. 2PM은 라틴어로는 오후 2시다. 하루 중 한창 왕성하게 일하는 때가 오후 2시쯤이라면 그의 정치시계도 그 언저리를 가리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 원내대표 입장에서 총리설은 아직은 신소리이고 동시에 `감 떨어지는 소리`인 게 맞다. 그러나 사람 일은 알 수 없다. 똘똘한 감은 겨우내 서리를 맞고 잔설로 단련되면서 농익는 게 이치가 아닐까 싶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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