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가직' - 지자체 '지방직' 의견 대립

각 지방자치단체에 실·국 규모의 재난안전 업무 담당 부서가 신설되는 가운데 이를 이끌어 갈 수장을 놓고 정부와 지자체의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신설될 부서는 이사관급(2급)이 실·국장을 맡는데 정부는 국가공무원을, 지자체는 지방공무원을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25일 충남도 등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안이 입법예고돼 현행 10개의 실·국 설치가 가능했던 도는 추가로 1개의 실·국을 신설할 수 있다. 이는 국민안전처를 신설한 정부조직개편의 후속 조처로 각 시·도에 재난안전대응체계를 구축해 국가와 자치단체 간의 재난 대응 협력 업무를 원활히 하기 위해 진행된다.

문제는 실·국의 수장 인사권을 정부와 지자체 중 어느 곳에서 쥐냐는 점이다. 정부는 최근 각 지자체에 개정안에 따른 의견 수렴을 위해 공문을 보내왔고, 신설되는 실·국의 장을 `지방자치단체에 두는 국가공무원의 정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국가공무원으로 하자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각 충청권 각 지자체는 즉각 반대했다. 대전시는 신설되는 실·국의 국장(이사관·2급) 자리를 `지방직`으로 해줄 것을 행정자치부에 요구하고 있다. 시는 국가공무원이 지역의 재난 담당국장으로 임명되는 것이 조직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인건비와 운영비 등은 지자체가 전담하게 돼 결국 재정부담으로도 이어진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국민안전처가 국으로 신설되면 이사관(2급) 자리인데 그렇게 되면 행정부시장(2급), 기획관리실장(2급) 등 중앙직이 모두 세 자리로 기존보다 한 자리가 더 늘어나게 된다"며 "시는 국민안전처가 내년 초 조직개편으로 신설되면 지방직 자리로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시는 다른 광역자치단체보다 규모가 작아 국가직 3급(부이사관)을 배정받았다. 시는 지방직이 소외된 것이 아쉽지만 기획실장 임명처럼 국장을 임명할 때 시장의 동의를 구하기 때문에 큰 불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충남도 역시 지역의 실정을 잘 아는 지방공무원이 실·국장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월호 참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지휘권을 가져야 사고의 수습도 원활히 하고, 효과적인 예방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정부와의 의견 교환을 통해 기구·정원규정 등을 협의해 나가는 과정이다. 정부가 국가공무원을 두자고 주장하는데 지역의 실정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재난안전 대응 실·국의 수장을 맡으면 안전사고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과 예방이 어렵다"며 "지역의 실정을 잘 알고 있는 지방공무원이 실·국의 장을 맡아 이끌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반발의 수위를 한층 높였다. 도는 시·도 재난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실·국장을 국가공무원으로 임명하려는 의도는 국가직 공무원의 자리보전용으로, 재난업무 실·국 설치의 취지를 퇴색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지역의 재난업무를 담당할 실·국장을 국가공무원으로 임명한다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다. 재난안전 전담 실·국장을 국가직 공무원으로 임명하겠다면, 소방공무원 전체를 국가공무원으로 전환해야 하는 게 맞다"며 "지방자치제의 본래 목적을 훼손하는 행자부의 꼼수"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본사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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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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