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운전 주장 남편 사고직전 수차례 핸들조작

[천안]수십억대의 보험금을 노리고 임신까지 한 외국인 아내를 교통사고로 위장해 살해한 비정한 남편이 경찰에 붙잡혔다.

천안동남경 찰서는 갓길 비상주차대에 주차된 화물차량을 고의로 추돌해 임신 7개월인 아내를 사망케 한 A씨를 살인혐의로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8월 23일 오전 3시 30분께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천안삼거리 휴게소 인근에서 승합차를 운전하다 고속도로 갓길 옆 비상주차대에 정차돼 있던 8t 화물차를 고의로 들이받아 조수석에 타고 있던 임신 7개월의 캄보디아인 아내 B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사고로 조수석에 탄 아내는 그 자리에서 숨졌고 화물차 운전자는 가벼운 상처를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사고 후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졸음운전을 해 차량을 들이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자칫 졸음운전 사망사고로 종결될 뻔 한 사건을 숨진 아내에 비해 A씨는 거의 다치지 않았고 아내 앞으로 95억 원 상당의 보험 26개가 들어 있는 점을 수상히 여겼다. 또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분석 결과 숨진 아내의 혈흔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된 사실이 밝혀져 타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에 돌입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도로교통공단 등과 합동으로 사고영상 분석, 현장조사, 시뮬레이션 작업을 벌인 결과 `졸음운전을 했다`는 A씨의 주장과 달리 사고 직전 차량 운행 방향이 갑자기 2차례에 걸쳐 바뀐 후 조수석 측으로 충격한 고의적인 사고라는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도로교통공단 등과 함께 3회에 걸쳐 사건현장에서 시뮬레이션 등 재연으로 졸음운전이라 볼 수 없다는 교통분석서도 받았다.

조사결과 A씨는 사고 지점 400m 전에서 상향등을 키고 40m 전에서 우측으로 핸들을 꺾는 등 충격 직전까지 수차례 핸들을 조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형적인 졸음운전자의 경우 짧은 시간에 A씨가 했던 만큼의 운전 조작을 할 수 없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범행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고 있지만 국과수·도로교통공단 등과 합동 조사해 나온 증거자료를 토대로 구속했고 보강 수사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명보험의 특성상 한사람이 다수의 보험 가입이 가능하며 각 보험사간 가입정보에 대한 공유가 이뤄지지 않아 거액의 보험금을 노린 보험범죄가 발생하는 실정"이라며 "과도한 생명 보험 가입제한에 대한 제도개선의 필요성이 있다고 여겨지며 앞으로도 보험범죄 척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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