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생협 허위로 개설 '사무장 병원' 편법운영 국가보조금 34억 편취

비의료인이 의사 명의를 빌려 병원을 개업하고 불·탈법적인 의료행위를 한 이른바 `사무장 병원`이 경찰에 적발됐다.

대전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4일 사무장 병원을 개설해 국가보조금을 가로챈 혐의(의료법 위반 등)로 의료브로커 성모(49)씨를 구속하고 사무장병원 운영자 송모(56)씨 등 2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대전청은 불법적으로 약사면허를 대여해 약국을 운영한 혐의(약사법 위반)로 최모(51)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심사 행정업무를 담당했던 성씨는 지난 2010년 6월 송씨에게 5000만원을 받고 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꾸며 사무장 병원을 개설·운영할 수 있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성씨의 도움으로 불법적으로 대전 동구 중동에 사무장 병원을 개설한 송씨는 개원이 어려운 신용불량자 의사나 고령의 무직 의사들을 고용해 진료케 한 뒤 환자들에게 필요하지 않은 처방을 늘리라고 지시하고 특정 제약사 약을 처방하게 해 국가보조금인 요양급여 34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결과 성씨는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의료생협)의 명의로 의료생협병원을 개설하는 서류를 꾸며 송씨의 사무장병원을 개설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서류상에 조합원을 채우기 위해 타인의 명의를 빌리거나 도용해 사용했다. 또 서류상으로 조합원들이 출자금을 내 병원을 개설한 것처럼 꾸몄지만 실질적으로 이들이 직접 출자한 것으로 밝혀졌다.

의료생협의 경우 의료시설이 부족한 지역민들이나 기존의 의료서비스의 질이 불만족스러운 사람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출자금을 내고 직접 의료시설을 만들 수 있도록 만든 제도로, 의료생협 명의의 사무장 병원의 경우 외관상 완벽한 병원으로 내부 고발 없이는 사실상 단속이 어렵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송씨의 경우 출자금을 메우기 위해 `중식을 무료로 제공한다`며 환자를 불법적으로 유인하고 환자들에게는 의료생협 가입을 권유한 뒤 요양급여를 허위로 신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경찰조사과정에서 보건소 공무원 강모(58)씨가 이들의 불법적 의료행위를 알고도 점검을 나간 뒤 행정처분을 취하지 않아 직무유기혐의로 형사 입건됐다.

경찰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적발된 요양병원의 부정 수급액을 환수하도록 통보하고 병원에 대한 인가를 취소하는 등 행정처분을 병행해 사무장 병원에 대해 효율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이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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