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교체·예산·입지 잇단 갈등 불구 6년만에 출항 세계 10대 기초과학 요람 육성 행·재정 지원 절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의 핵심 연구시설인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오는 2030년까지 세계 10대 기초과학연구기관으로 육성된다.

과학벨트에 세계 1% 수준의 과학자를 500명까지 유치하고 중이온가속기를 이용해 연구자를 1000명까지 육성하는 등 세계 10대 연구기관으로 키울 방침이다. 21일 가진 과학벨트 비전 선포식에서는 과학강국을 향한 미래 비전을 내놨다. 과학벨트가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 가운데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이날 과학벨트 비전 선포식(착공식)이 있기까지는 6년간의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 사업은 2007년 대통령선거 당시 이명박 후보의 과학정책 공약으로 등장했다.

기초과학 분야의 최고 연구기관을 지향하는 핵심 연구기관인 IBS와 세계 최고 수준의 희귀 동위원소 빔을 제공하게 될 핵심 연구시설 중이온가속기를 만드는 것이 골자였지만 세종시 수정안 논란을 겪으면서 정치적으로 입지 선정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됐다. 결국 대전에는 핵심 연구시설과 장비가 들어설 거점지구를 건립하고 인근 지역인 천안과 청주, 세종에는 과학벨트 거점지구에서 생산된 연구성과를 사업화와 연계할 수 있는 `비즈니스 벨트` 기능을 집중 육성하는 기능지구를 건설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확정하며 갈등이 일단락됐다.

과학벨트는 입지 선정이 확정된 후에도 핵심 시설인 IBS의 본원 건립이 지체되며 두 번째 위기를 맞았다.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는 과학벨트 부지매입비 3500억여 원을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제시하면서 다시 한 번 갈등을 빚었다. 결국 IBS 본원은 3년 동안 자체 연구시설을 갖추지 못하며 더부살이 신세를 했고 연구 및 정주환경 조성이 늦어지면서 세계적 인력을 유치하겠다던 계획에도 타격을 입었다.

연구시설 건립이 지연되면서 IBS의 정체성에도 혼란이 왔다. 단순한 연구비 지원기관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결국 미래부와 대전시는 과학벨트 계획에 엑스포과학공원이 포함된 도룡지구를 추가하며 IBS 본원을 건립할 예정이던 둔곡지구는 산업용지를 66만 3000㎡에서 124만 2000㎡까지 추가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IBS도 본원 연구단이 KAIST를 비롯한 정부 출연연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엑스포과학공원 부지에 입주하게 되면 융·복합 연구 활성화로 인한 시너지 효과와 토지수용 과정 등을 쉽게 진행할 수 있어 건축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하지만 과학벨트 계획을 부지매입비 때문에 하루아침에 변경하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실제 가속기 이용자 그룹 육성 목표인 1000여 명의 과학자는 다른 연구기관과 동떨어진 신동지구에 그대로 남게 된다. 단기적으로는 본원 건립에 속도를 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연구공간을 분산시킨 것이 국제적 정주여건 조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IBS 건립 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제때 예산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과학벨트 총예산 5조 7000억 원 가운데 거점지구에 투입되는 예산은 2조 원가량이며 1조 8000억여 원은 IBS 캠퍼스 연구단과 기능지구 등 다양한 형태로 부산과 울산, 경남 등 타 지역으로 분산배치되면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IBS 운영의 투명성 확보도 과제다. 연구단장의 경우 대형 연구비를 지원받기 위해 까다로운 검증 절차를 거치고 있지만 기관장 중도 사임, 기관장 공모 과정이 이유 없이 지체되는 등 잡음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과학벨트 사업 추진과정에서 소극적인 행정으로 득보다 실이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과학벨트 희망 비전 선포식 장에는 대전시민의 애착이 깃든 엑스포 과학공원을 고스란히 국책사업에 내주는데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는 시민도 있었다. 꿈돌이 랜드 폐장 이후 대전 신도심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족형 놀이시설이 다른 활용안을 찾지 못하고 그대로 폐기처분되는데 대한 행정적인 고민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특히 미래부와 대전시의 합의 이후에도 과학공원 내 입주업체와 협의를 제때 마무리 짓지 못하면서 결국 철거 착공이 수 개월 지연되는 등 행정력 부족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오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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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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