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문화에 길이 있다 6. 대전만의 도시재생 모델 정립해야

밀레니엄 파크내에 자리한 루리가든은 소규모 수로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소라껍데기를 모티브로 만든 게이츠헤드의 세이지음악당은 미래지향적인 건축물로 유명하다. 방직공장 창고단지를 개조한 가나자와 시민예술촌 전경. (왼쪽부터) 인상준·이호진·김정원 기자
밀레니엄 파크내에 자리한 루리가든은 소규모 수로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소라껍데기를 모티브로 만든 게이츠헤드의 세이지음악당은 미래지향적인 건축물로 유명하다. 방직공장 창고단지를 개조한 가나자와 시민예술촌 전경. (왼쪽부터) 인상준·이호진·김정원 기자
도시재생에 있어서 미국 시카고 밀레니엄파크와 일본 가나자와시, 영국 게이츠헤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주민참여와 해당 도시만의 특색을 최대한 살렸다는 것이다. 단순한 개발정책이 아닌 주민과 관이 머리를 맞대고 서로 협의해 보존할 것은 보존하면서 살고 싶어지는 도시로 재탄생했다. 문화와 예술을 접목시켜 세계적 명소로 탈바꿈한 것도 공통점 중 하나다. 시카고의 경우 최고의 예술가들이 모여 최고의 공원을 건립했으며 일본 가나자와시는 주민들의 문화 예술에 대한 욕구를 살려 폐공장을 시민예술촌으로 재탄생시켰다. 도시 재생에 있어서 주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알게 하고 지역적 특색을 살릴 필요가 있다. 단순한 개발이 아닌 주민이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드는 게 대전지역의 도시재생을 성공시킬 수 있는 열쇠다.

◇특색을 살리고 주민이 참여한 도시재생 필요=미국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는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의 의견이 반영된 공원이다. 시카고 시 당국은 끊임없는 소통과정을 통해 밀레니엄 파크를 완성했다. 자칫 주민들의 무리한 요구조건도 설득과 이해시키는 과정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 냈다. 특히 주민들이 시카고 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최고의 예술가들을 초빙했고 그 결과 슬럼화 되던 지역을 다시 살고 싶은 지역으로 재생시켰다. 현재 밀레니엄 파크 인근 아파트들은 퇴직한 노년층과 젊은 직장인은 물론 자녀를 키우는 가정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영국 게이츠헤드시의 도시재생의 경우 지역민들의 참여로 이끌어 낸 그들만의 문화가 있다. 최초 도시재생을 계획했던 이들은 행정당국과 몇몇의 선구자들이었지만 이들은 빠르게 변화된 도시보다는 느리더라도 공감대를 통한 자신들만의 문화가 형성된 도시를 원했다. 시민 한명 한명이 자부심을 가지고 또 나아가 도시재생이 자발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행정당국과 지역 선구자들이 수행한 것이다.

게이츠헤드의 도시재생 상징물을 살펴보면 시민참여가 도시재생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세이지 음악당의 경우 365일 내부가 가득찰 정도로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세이지 음악당은 설계 단계부터 지역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지어졌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음악을 즐기고 배울 수 있고 사는 얘기들을 나누며 차와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지역민들에게 그렇게 친숙한 공간이 되자 세이지 음악당 본연의 모습이 드러났다. 음악이라는 기본적인 문화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음악당으로 전세계에 알려지게 된 것.

영국에서 게이츠헤드의 도시디자인을 전공한 이택근 박사과정생은 "지역민들이 직접나서 도시의 외관을 꾸미고 그에 맡는 문화를 발굴해 나가고 있는 것이 게이츠헤드 도시재생의 키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일본 가나자와시는 문화 예술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는 도시다. 가나자와 곳곳에는 각종 문화재와 오래된 건축물 등 역사와 전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데다 일본 3대 전통 정원 중 하나인 겐로쿠엔과 가나자와성 등 관광 인프라가 가나자와 시청을 중심으로 집중돼 있다. 행정당국은 도심 공동화를 막기 위해 정책적으로 21세기 미술관을 조성하는 등 문화 예술을 지켜나가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의 `미래`가 기대된다. 가나자와 도시재생의 키워드는 `보존`과 `개발`이며, 이는 주민이해 및 활발한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가나자와 시민예술촌은 보존과 개발, 문화 예술이 접목된 도시재생 성공사례로 꼽힌다. 가나자와시는 폐업한 방직공장 부지를 인수해 시민들을 위한 잔디광장으로 재조성했으며, 100년 전 벽돌과 목조 등 일부 방직공장 창고단지를 보존하고 문화 예술 활동 공간인 시민예술촌으로 재생했다. 현재 시민예술촌은 시민들이 부담없이 연극과 음악, 무용, 미술활동 등의 연습·제작·발표 장소로 이용하고 있으며, 일본 전국 공립 문화시설 중에서 처음으로 연중무휴·24시간 이용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다.

◇문화와 예술 접목시켜 주민이 주도해야=대전시는 내년 연말까지 4억 2000만 원의 용역비를 들여 대전시의 특색을 살린 도시재생이 무엇인지를 연구할 계획이다. 여기엔 대전시의 역사와 문화, 예술이 모두 포함돼 있다. 시는 또 최근 대통령 자문기구인 지역발전위원회에서 추진하는 취약지역 선도사업에도 접수할 방침이다. 지역발전위의 취약지역 선도사업은 기존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도시재생 2가지 형태(경제기반형, 근린재생형)외에 달동네나 여건이 좋지 않은 취약지역에 대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사업이다. 각 부처간 협업이 필요한 이 사업도 내년부터 선도사업지역을 선정할 계획이다. 대전의 경우 무지개프로젝트가 진행됐던 대동 산1번지와 중구 대사지구, 보문지구, 장동 미군부대 지역 등을 지역 실정에 맞는 방식으로 재생시킨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또 주민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시민대학에서 도시재생에 대한 강의를 개설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주민 주도형 도시재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국토부의 도시재생사업이나 지역발전위의 취약지역 선도사업 모두 주민이 살고 싶은 지역의 특색을 살린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며 "문화와 예술을 접목시키는 것도 좋은 방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김혜천 목원대 도시공학과 교수(현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는 "`대전식 도시재생`을 위해서는 지역적 특성 및 정체성을 갖고 주민들과 공감하는 재생정책을 시행해야 하며 도시재생 선진지역 성공 사례와 재생기법을 무분별하게 도입하는 것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면서 "대전시가 추진하는 `무지개 프로젝트`는 초기 관 주도에서 점차 주민주도의 마을만들기형 근린재생으로 발전하고 있듯 주민의식이 성숙되고 마을공동체가 복원될 때까지 공공부문과 전문가 집단이 주도해 주민의 역량강화를 이끌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끝- 인상준·이호진·김정원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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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의 상징인 제이 프리츠커 파빌리온은 대규모 야외 공연장이지만 음향시설 등은 세계적 규모로 정평이 나있다. 또 공연장 잔디밭에는 스틸로 된 구조물이 설치돼 있어 시선을 모은다. 인상준 기자
미국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의 상징인 제이 프리츠커 파빌리온은 대규모 야외 공연장이지만 음향시설 등은 세계적 규모로 정평이 나있다. 또 공연장 잔디밭에는 스틸로 된 구조물이 설치돼 있어 시선을 모은다. 인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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