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여종 대전문화유산울림 대표 10년째 새벽여행 진행

"시민들이 조금은 독특한 체험을 통해 대전을 더욱 사랑하게 되는 것을 지켜보는 게 가장 큰 보람이죠."

희미하게 동이 터올 무렵, 아직 세상이 잠든 새벽 5시에 대전시청에서 출발해 대전 곳곳의 문화유산을 찾아 떠나는 신기한 여행 프로그램이 있다. 2004년 5월 1일 첫 새벽답사를 시작해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대전새벽여행`이 그 주인공이다. 이 여행을 처음 시작한 이는 `대전을 여행하면 가족과 이웃이 행복해집니다`란 슬로건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대전문화유산울림의 안여종<사진> 대표다.

그는 이 여행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대전의 문화발전을 위한 시민단체 활동을 해오면서 대전에는 전국적인 지명도가 있는 명소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됐다"며 "이후 대전하면 떠오르는 명소를 찾고자 답사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고 사람들에게 좀 더 오래 기억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 하다 새벽기행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전새벽기행은 선착순으로 모집된 10명의 시민이 새벽 5시 시청 북문에 모여 아침 8시까지 정해진 장소를 답사하고 사람들과 함께 국수 한 그릇을 먹고 헤어진다.

올해만 해도 10번의 기행을 진행했고 지금까지 식장산, 보문산 마애여래좌상, 괴곡동 느티나무, 신성바위, 대청호, 무수동 유회당 등 대전의 거의 모든 곳을 새벽마다 답사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단연 최고의 인기는 새벽 공기를 마신 후 함께 나눠 먹는 잔치국수. 국수는 새벽에 준비하기도 쉽지만 예부터 잔치 음식으로 배풀고 나눈다는 의미가 있는 만큼 행복과 경험을 나누는 기행 취지에 딱 맞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안 대표는 "지금까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딱 한 번 늦잠을 자 국수를 챙겨오지 못했던 적이 있다"며 "그때 참가한 이들의 불만이 말이 아니었다. 그만큼 국수를 먹기 위해 참가하는 이들도 많다"고 웃으며 말했다.

새벽기행에 참가한 참가자들 대부분은 대전에 오래도록 살면서 이런 곳을 처음 알게됐다는 반응들을 털어 낸다. 하지만 그들이 대전 문화유산에 대한 관계맺기를 통해 가족, 친구, 연인들과 함께 다시 한 번 찾아오게 되면서 대전의 문화유산들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명소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안 대표는 "10년 정도 하다 보니 문화유산 해설에 있어 질적으로 향상됐다는 것을 느끼고 그만큼 시민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며 "처음에는 시민들이 나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얻어갔는데 이제는 내가 시민들에게 배우는 것도 많다. 대전새벽기행이 대전의 대표 문화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기행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신웅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